[김태우의 클리닝타임] ‘4심 합의 확대’ 맹점 극복이 관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24 07: 05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오심으로 얼룩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4심 합의 확대, 그리고 비디오 판독 확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그 중 먼저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4심 합의 확대는 맹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비디오 판독의 빠른 확대가 답이라는 말도 나온다.
KBO는 지난 21일 오심 판정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영재 심판위원에게 대회요강 벌칙내규에 의거해 엄중경고와 함께 제재금 50만 원을 부과했다. 이영재 심판위원은 2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한화와의 경기에서 김민성(넥센)이 홈을 밟지 못했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세이프 판정을 내려 큰 논란을 일으켰다. 심판위원회도 오심을 인정했고 KBO도 하루 만에 징계를 내리며 수습에 나섰다.
KBO는 “향후 명백한 오심이 거듭될 경우 경기 출장정지를 포함하여 엄격히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오심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신뢰가 깨져가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이어 KBO는 “오심 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4심 합의 또는 비디오 판독을 조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두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제도적 개선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침에 따라 비디오 판독 확대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디오 판독을 당장 시행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대회요강을 바꾸는 것, 세부적인 세칙의 기안을 짜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KBO 내부에서도 사전 작업이 모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은 방송 카메라의 힘을 빌리지 않고 KBO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경기가 중계되지 않는다면 비디오 판독의 혜택을 볼 수 없어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방송사 측에서도 “모든 판독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려면 장비와 인원을 더 늘려야 한다”라며 난색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만약 비디오 판독 요구가 들어왔을 경우 제대로 된 화면을 잡지 못할 경우 그 비난은 방송사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고 우려를 드러내면서 “KBO가 주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한 발 물러서는 방송사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많은 준비를 한 메이저리그도 시행 초기 적잖은 문제점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졸속 시행은 큰 혼란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4심 합의 확대’가 과도기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판원 스스로 애매한 상황이나 벤치의 어필이 있으면 4심이 모여 최종 판단을 의논하는 제도다. 현재 야구 규칙에 의하면 파울-페어 여부, 아웃-세이프 여부, 스트라이크-볼 여부는 번복될 수 없다. 다만 4심 합의를 통해 파울-페어, 아웃-세이프 여부만 번복할 수 있어도 ‘최종 오심’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다. 비디오 판독과는 달리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아 현실적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맹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4심이 경기를 운영하기는 하지만 상황마다 제각기 임무가 다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3루심이 1루에서의 아웃-세이프 상황을 1루심보다 더 정확하게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가장 가까이서 본 심판원의 의견이 존중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4심 합의 요구에 대한 어필이 쏟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럴 경우 경기는 경기대로 늘어지고 판정은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속출할 수도 있다.
4심 합의 확대도 어차피 비디오의 힘을 빌릴 것이라는 의견 또한 설득력이 있다. 한 관계자는 “4심의 무조건적인 확신이 없는 이상 벤치의 어필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겠는가. 이럴 경우는 방송 화면을 보고 있는 대기심이 직간접적으로 사인을 보내줄 수밖에 없다. 4심 합의가 아닌 5심 합의고, 사실상 비디오 판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비디오 판독인데 이는 4심 합의 확대의 원칙과는 어긋나는 부분으로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
실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고 있는 프로배구의 경우도 이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심·부심·선심이 모여 합의판정을 도출하는 과정이 있지만 라인 끝에 걸리는 빠른 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해당 구역의 선심 뿐이다. 결국 비디오 판독관의 사인에 의해 합의판정 결과가 결정된다는 구설수가 많았다. 그러자 합의판정 요구가 빗발치는 부작용을 낳았다. 손해볼 것이 없으니 애매하면 일단 요구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4심 합의 확대도 이런 저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맹점을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비디오 판독뿐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분명 고민이다. 막대한 재원 마련, 혹은 방송사에게 맡길 경우의 비용 지원 등의 문제는 시즌 중간에 갑자기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찌됐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한 가운데 KBO가 어떤 묘수를 가지고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KBO의 결정에 따라 현장도 보조를 맞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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