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걸었던 고효준(31, SK) 카드가 첫 경기에서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SK의 5선발 경쟁 구도에도 다시 물음표가 생겼다. 누가 부상으로 이탈한 윤희상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탈락자도 팀 내에서 중요한 몫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 마운드의 최고 기대주였던 고효준은 962일 만의 1군 마운드 복귀전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1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1탈삼진 7실점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구속 자체는 2군에서 증명됐던 것처럼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역시 제구가 문제였다. 여기에 1군 복귀전이라는 심리적인 압박감은 제구를 더 흔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영점’이 잘 잡히지 않는 모습이 드러났고 카운트를 잡기 위해 가운데 몰리는 공은 여지없이 맞아 나갔다. LG 타자들의 대처가 뛰어났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찌됐건 첫 등판의 내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SK의 선발 로테이션은 현재 김광현, 조조 레이예스, 로스 울프, 채병룡까지는 완성이 됐다. 그러나 토종 우완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윤희상이 손등에 타구를 맞아 결국 전반기를 접었다. 이에 고효준이 ‘대체 선발’의 첫 번째 기회를 얻은 셈이었는데 SK 코칭스태프도 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첫 등판이었던 만큼 고효준에게 장기적으로 다시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2군에서 선발로 뛰고 있는 투수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시선이다. 백인식(27)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SK의 5선발로 가능성을 내비쳤던 백인식은 올 시즌 초반 부진에 시달렸다.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13으로 최악의 성적을 냈다. 필승조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보직에 적응하지 못했고 울프의 부상 당시 선발로도 나섰지만 역시 부진했다. 그 후로는 아직 1군 등판이 없다.
다만 2군에서 서서히 구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백인식은 퓨처스리그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53의 빼어난 투구를 펼치고 있다. 신분만 2군이지 1군과 동행한 시간도 꽤 됐다. 승격 1순위였던 셈이다. 팀 내 선발 로테이션 사정과 고효준의 합류에 따라 다시 2군으로 내려갔으나 지난 22일 화성과의 경기에서 8이닝 4피안타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박경완 퓨처스팀(2군) 감독의 호평을 받았다.
두 선수의 5선발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SK로서는 두 선수 모두 살아나야 할 자원임은 분명하다. 두 선수 모두 선발과 롱릴리프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왼손 타자에게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SK 불펜에는 마무리 박희수를 빼면 왼손 요원이 진해수 뿐이라 부하가 많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두 선수 중 하나는 지원군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SK 마운드 전력도 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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