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인줄은 몰랐군요.”
한국투어의 일환으로 창원을 방문한 티니 산데스 아인트호벤 CEO가 한국에서 박지성(33, 아인트호벤)의 인기를 실감하고 내뱉은 탄성이다.
박지성은 2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 FC를 상대로 또 한 차례 고별전을 치른다. ‘선수’ 박지성이 치르게 될 마지막 무대다. 고별전을 앞둔 박지성은 23일 오후 풀만호텔에서 공식기자회견과 리셉션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박지성의 은사 김희태 전 명지대 감독, 안종복 경남 대표이사 등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박지성과의 포토타임이 주어졌다. 박지성과의 사진 한 장을 놓고 지위고하를 막론한 쟁탈전이 벌어졌다. 점잖게 양복을 차려입은 고위 관계자들도 이 때 만큼은 체면을 내려놓고 박지성을 찾았다. 젊은이들은 박지성을 보고 연신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주최 측은 개인촬영을 불허하고 단체사진만 찍었다. 그럼에도 도저히 모든 사람과 사진을 찍어줄 수 없었다. 박지성은 최선을 다해 사진촬영에 임했다. 하지만 다 찍어주려면 한 시간도 모자라 보였다. 박지성은 15분 정도 촬영에 임한 뒤 자리를 떴다. 여기저기서 탄식과 하소연이 나왔다.
이 장면을 뒤에서 신기하게 쳐다본 사람이 있었다. 바로 산데스 아인트호벤 CEO였다. 그는 “박지성이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소리를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언제 어디에 가도 국민모두가 박지성을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마치 락스타 같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어 산데스 CEO는 기자에게 “박지성은 정말 훌륭한 선수다. 기량도 출중했다. 한국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시장이다. 나중에 박지성의 대를 이어 아인트호벤에 입단할만한 선수가 나타나면 바로 우리에게 알려달라”면서 농담 섞인 진담을 했다.

아인트호벤 구단이 운영하는 ‘PSV TV’ 제작진은 한국에서 박지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PSV TV소속의 얄라는 박지성의 인기에 대해 “상상이상이다. 네덜란드에서도 박지성을 잘 알아보지만, 사진이나 사인을 요구하는 팬들은 거의 없다. 그냥 ‘어 박지성이네?’하고 그만이다. 하지만 한국 팬들은 정말 적극적인 것 같다”며 감탄했다.
이어 얄라는 “수원에서 경기를 할 때 호텔 앞에서 박지성을 기다리는 팬들이 있었다. ‘저러다 말겠지’하고 운동을 다녀왔다. 그런데 4시간 뒤에도 꼼짝 않고 있더라. 박지성은 한국에서 아무 곳에도 갈 수 없을 것 같다. 박지성은 한국축구의 아이콘”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축구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은 박지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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