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간 출혈 경쟁...‘일밤’, ‘일낮’으로 개명해야 하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5.24 11: 19

일요일 예능프로그램 시간 확대 경쟁이 도무지 끝이 나지 않고 있다. 이러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아닌 ‘일요일 일요일 낮에’로 프로그램 간판을 바꿔달아야 할 판이다.
올초 오후 4시 20분까지 앞당겨진 이 프로그램들이 5월에 접어들면서 오후 4시 10분이 되기도 전에 일제히 시작하고 있다. 지상파 3사에 따르면 오는 25일 방송 역시 오후 4시께 모두 시작할 전망이다.
일단 SBS는 ‘일요일이 좋다’를 오후 4시 5분에 편성했고, MBC는 ‘일밤’을 오후 4시 10분에 자리잡았다. KBS 2TV는 편성표에는 오후 4시 20분이라고 공지돼 있지만 최근 들어 편성표가 지켜지지 않은 것과 함께 지난 18일 방송이 4시 5분께 전파를 탄 것을 감안하면 MBC, SBS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일밤’이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일낮’으로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유행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확대 경쟁에 불씨를 당긴 KBS를 문제 삼으며 “KBS가 3시 50분에 시작하면 진짜 웃기겠다”는 네티즌의 댓글도 눈에 띈다. SBS는 '일요일이 좋다' 앞시간대인 '인기가요'가 오후 2시대에 시작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오후 5시 30분께 방송됐던 이들 프로그램은 선두 프로그램 없이 시청률 나눠먹기 경쟁에 돌입한 지난 해 말부터 시간대를 앞당기기 시작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SBS가 가장 먼저 시작한 시간대 앞당기기 경쟁은 KBS 2TV ‘해피선데이’의 코너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탄력을 받으면서 심화됐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올해 초부터 편성표와 달리 오후 4시 20분 혹은 30분에 방송하면서 다른 방송사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앞당기기 시작한 것.
타사 프로그램보다 먼저 시작해 시청자들을 선점해서 시청률을 높이고, 광고 판매율을 높이려는 편성 전략이 이 같은 방송 시간대 무한 확장의 원인이다. 3사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먼저 시작하려는 편성국의 눈치 싸움이 프로그램 시간대가 엿가락 늘어나듯 쭉쭉 늘어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재미가 유지되면서 방송시간이 늘어난다면 문제의 여지가 없지만 방송 시간 확대 후 3사 모두 웃음 밀도가 낮아졌다는 게 시간 확대 경쟁의 폐해로 꼽히고 있다.
이는 제작진의 제작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 현재 지상파 3사는 SBS ‘런닝맨’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카메라를 돌리는 관찰 구성을 보이고 있는데 방송시간이 늘어나면서 구성에 있어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방송사의 관계자는 최근 OSEN에 “일단 시청률이 떨어지거나 다른 프로그램과의 격차가 많이 나면 프로그램이 재미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시선이 문제”라면서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시청자들이나 광고주들은 시청률에 관한 기사로 프로그램을 평가하다보니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고 보자는 제 살 깎아 먹는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송사의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모든 편집을 마치고 2~3번 돌려봐서 문제의 소지를 찾거나, 재미 없는 부분을 살필 텐데 요즘에는 1번 보기도 벅차다”면서 “제작진이 만날 밤샘 강행군을 해도 제작 시간이 모자란 지경이다. 이러다가 방송 사고 날까봐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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