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 워낙 좋아서 2이닝을 맡겼는데 잘 던져줬다.”
LG 셋업맨 이동현(31)이 페이스를 찾았다. 5월 등판한 7경기서 무실점 중인 이동현은 지난 21일 광주 KIA전에 이어 23일 문학 SK전서도 무피안타로 철통방어에 성공했다. 평균자책점은 2.33까지 낮췄고 홀드도 5개째를 올렸다.
사실 이동현의 5월 부활을 예정되어 있었다. 이동현은 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 오른쪽 엄지손가락과 약지손가락이 겹친다. 포심 그립을 강하게 잡으면서 공을 던진 직후 엄지손톱이 약지 손가락 측면을 찍어 누른다. 쉽게 말해 공을 던질 때마다 손가락에 깊은 상처가 생기고, 통증이 동반되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시간이다. 이동현은 지난달 “당연히 그립에 변화도 주고 엄지손톱을 최대한 짧게 깎아보기도 했지만 해답이 아니었다. 그저 약지에 굳은살이 빨리 생기기를 바랄 뿐이다. 보통 5월 말쯤 되면 굳은살이 생기는데 그러면 통증 없이 마음먹은 대로 포심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중순이 넘어가자 이동현의 말은 현실이 됐다. 이동현은 140km 후반대까지 포심패스트볼 구속을 끌어올렸다. 지난 2경기서 특유의 코너워크가 살아났고 볼넷은 전무하다. 기본기인 포심이 마음대로 꽂히니 짝을 이루는 변화구의 위력도 향상됐다. 이동현의 특유의 상대 타자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마음껏 공략하는 투구가 나오고 있다.
양 감독은 23일 SK전서 승리한 후 “지난 4일 휴식 때 강상수 투수코치와 함께 동현이가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제 손가락 문제는 없다”며 “이전 KIA전도 그렇고 정말 많이 좋아졌다. 워낙 좋아서 2이닝을 맡겼는데 잘 던져줬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대로라면 LG는 이동현이 8회, 봉중근이 9회를 지울 수 있다.
올 시즌 LG는 불펜 평균자책점 4.96으로 이 부문 리그 4위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3.40으로 리그 최강 불펜진을 구축했던 모습과는 다르다. 하지만 최근 이동현과 더불어 유원상도 2012시즌의 구위가 나온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하나씩 틀이 맞아가고 있다. 신재웅-윤지웅의 좌투수 라인이 자리 잡고, 꾸준히 등판하고 있는 정찬헌이 구위를 살린다면, 대반전도 가능하다.
양 감독은 “감으로 투수를 교체하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확실한 시스템을 구축해서 마운드를 운용하려고 한다”며 “불펜투수들의 경우, 두 번 몸 푸는 일은 없게 하고 싶다. 우리가 이기고 있을 때와 지고 있을 때 상황을 미리 정해놓고 투수들을 준비시킬 것이다. 감으로 투수를 교체해서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해버리면 팀 전체에 혼돈이 온다”고 철저한 계획 하에 불펜진을 운용할 뜻을 밝혔다.
시즌은 길다. 아직 85경기 이상이 남았다. 2013시즌에도 LG는 시즌 중반부터 팀 평균자책점 1위로 올라섰고, 시즌 끝까지 정상을 지킨 바 있다. 양 감독의 시스템이 완성될 때 LG의 승리공식도 확립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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