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리들의 영웅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박지성(33)이 길고 긴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박지성은 24일 오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코리아투어 마지막 경기서 선발 출전해 후반 8분까지 53분을 소화하며 PSV 아인트호벤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지난 22일 수원 삼성전서 51분을 소화했던 박지성은 이날도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박지성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25년간 정들었던 축구화를 벗었다. 14년 프로 생활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길고 긴 현역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영웅의 뒤안길을 퍽 아름다웠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주인공 박지성이 그라운드로 걸어나왔다. 동료와 적의 경계선은 없었다. 창원을 찾은 수많은 팬, 아인트호벤의 코칭스태프와 동료, 경남 선수단은 모두 하나가 됐다. 마치 각본이라도 짠 듯했다. 떠나는 영웅에게 기립박수와 함께 힘찬 함성을 보냈다.
헹가래도 잊지 않았다. 경남 선수들과 아인트호벤의 동료들은 박지성을 번쩍 들어 올려 몇 번이나 헹가래를 해줬다. 레전드를 떠나 보내는 마지막 예우였다. 경남 선수단 일동도 박지성의 얼굴이 새겨진 '당신은 우리들의 영웅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며 영웅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박지성의 만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박지성은 경기 후 현역 생활 마지막 인터뷰서 "고별전이라고 해서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즐겁게 축구를 했다"면서 "골이나 도움 욕심은 전혀 없었다. 경기를 뛴 다는 자체가 중요했다.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의 의미가 더 컸다"고 말했다.
에르네스트 파버르 아인트호벤 수석코치는 "좋은 선수, 좋은 친구를 잃버버렸다. 박지성은 아인트호벤에서 좋은 모습과 착한 성격을 보여줬다"면서 "2002년 이후 박지성과 함께 뛰면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에 많은 기여를 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 아인트호벤에서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아쉬운 마음으로 동료를 떠나보냈다.
2006년 독일월드컵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함께 누볐던 조원희(31, 경남)도 "지성이 형이 마지막 경기를 경남에서 경기했다는 것이 경남선수로서 의미 있었다. 형의 은퇴가 너무 빠른 것같다. 지금까지 정말 고생 많았다"면서 "개인적으로 형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했으면 좋겠다. 행정적으로 나아가 한국축구의 어린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면 좋겠다. 나아가 형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FIFA 회장도 했으면 좋겠"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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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