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투피치’ 김광현이 돌아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24 20: 14

직구는 거침이 없었고 슬라이더는 춤을 췄다. 김광현(26, SK)이 예전의 그 강력했던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비록 4실점을 하긴 했지만 결과보다는 내용에 더 주목할 만한 경기였다. 이번 한 경기만 놓고 보면 예전의 김광현으로 돌아왔다.
김광현은 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⅓이닝 동안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10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5승(5패)째를 따냈다. 116개의 투구수와 7⅓이닝은 올 시즌 최다 기록이다. 10개의 탈삼진 역시 올 시즌 종전 한 경기 최다(6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두 자릿수 탈삼진은 지난 2010년 9월 3일 두산 잠실전 이후 1359일 만에 나오는 기록이었다. 그만큼 컨디션이 좋았다.
홈런 두 개를 허용하며 4실점을 허용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2회 이진영에게 솔로 홈런, 그리고 5-2으로 앞선 7회 이병규(7번)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내용은 좋았다. 그간 김광현의 시원시원한 모습을 그리워했던 팬들에게는 예전의 향수를 떠올리게 할 만한 경기였다. 강력한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라는 ‘투피치’로 리그를 평정했던 김광현의 옛 모습을 어렴풋이 재확인할 수 있었다.

김광현은 올 시즌 들어 ‘오프 스피드 피칭’에 대한 공을 들였다. 150㎞에 이르는 강력한 직구, 그리고 140㎞를 넘나드는 슬라이더의 위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던 김광현이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더 완벽해지려고 했다. 투피치 피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 체인지업과 커브의 구사 비율이 늘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분명 구종 자체는 다양해졌다. 그러나 여러 구종을 섞다보니 ‘직구+슬라이더’ 조합으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던 김광현의 최대 장점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없지는 않았다. 체인지업이나 커브가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효과는 있었지만 그만큼 투구수가 불어나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김광현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체인지업과 커브는 최대한 줄이고 힘이 있었던 직구와 슬라이더로 최근 물이 올라 있었던 LG 타선을 상대했다.
김광현은 이날 113개의 공을 던졌다. 그 중 직구 계통이 53개, 슬라이더는 54개였다. 커브(3개)와 체인지업(6개)은 거의 없었다. 지난 5월 13일 문학 두산전 당시 115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이 직구 58개와 슬라이더 34개를 던졌음을 고려하면 확실히 슬라이더 비중이 높아졌다. 최고 활약을 선보였던 2010년의 구사 비율과 거의 흡사했다. 슬라이더 비율이 높았는데 이 슬라이더가 위력을 발휘하며 LG 타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10개의 탈삼진 중 슬라이더로 잡은 삼진은 총 7개였다. 직구는 3개였다. 슬라이더가 결정구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한창 좋을 때의 예리한 각을 자랑했다. 우타자들은 직구 타이밍에 배트를 내다 헛스윙을 연발했고 좌타자들은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슬라이더를 따라가기 바빴다. 이진영과 이병규보다 직구에 홈런을 쳤는데 이병규는 김광현의 실투라기보다는 이병규가 너무 잘 친 공이었다.
가장 자신 있는 공으로 던지다보니 자연스레 공격적인 승부가 됐다. 볼넷이 줄어들었고 투구수 절약의 효과가 따라왔다. 야수들의 수비 시간을 짧게 했고 야수들도 집중력 있는 수비로 김광현의 뒤를 받쳤다. 한편으로는 이날 올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최근 지쳐 있는 불펜을 지켜내는 에이스의 면모까지 선보였다. 어쩌면 4실점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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