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킹’ 왕지혜가 이동욱을 향한 짝사랑에도 이다해를 방해하지 않는 ‘쿨한’ 면모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초반 이다해와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답답한 전개의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았던 것이 사실. 그런데 예상 외로 이동욱과 이다해의 사랑을 묵묵히 바라보는 안타까운 짝사랑으로 민폐 캐릭터 논란은 일찌감치 비켜갔다.
왕지혜는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에서 차재완(이동욱 분)의 전 연인이자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미망인 송채경을 연기하고 있다. 나이 많은 재벌과 결혼 후 남편을 잃으면서 거대한 상속 재산을 가지고 있는 인물. 재완에 대한 사랑이 여전히 짙지만 그렇기에 재완이 사랑하는 아모네(이다해 분)에 대한 마음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채경은 자신 앞에서 모네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고, 심지어 자신을 이용해 모네를 떼놓으려는 행동을 반복하는 재완의 얄궂은 행동에도 묵묵히 받아주고 있다. 또한 모네를 괴롭히거나 그 흔한 방해 없이 두 사람의 고달픈 사랑을 지켜보는 존재로 각인됐다.

지난 24일 방송된 ‘호텔킹’ 13회 역시 채경의 안타까운 짝사랑이 그려졌다. 채경은 재완이 모네를 억지로 밀어내기 위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모네를 지키고 아버지 이중구(이덕화 분)를 파멸시키기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재완의 아픔을 잘 알지는 못해도 그가 힘들어한다는 것은 가장 먼저 알았다.
재완이 고달파하자 그는 “옆집에 달려가고 싶잖아”라면서 재완을 위로했다. 또한 모네를 생각하며 손가락에 칼집이 나도 모른 채 양파를 써는 재완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재완의 힘든 심경 토로를 이끌어냈다. 그러면서도 모네가 찾아오자 “자리 피해주겠다. 회장님이 부탁하면 들어드려야 한다”면서 애써 무심한 듯 자리를 떴다. 원래 밝고 당당하고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이라면 이 같은 행동이 절절하지 않았을 터. 허나 재완을 사랑하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짝사랑을 반복하는 채경의 이 같은 배려는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재완과 모네의 험난한 사랑에 가시밭길을 더하는 인물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재완의 곁에서 힘이 돼주는 ‘짝사랑녀’로서 역할에 충실한 것. 덕분에 왕지혜가 연기하는 채경은 여자주인공과 반대의 길을 가는 극중 인물들이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는 것과 달리 호평을 받고 있다. 속마음의 상처를 숨긴 채 든든하게 지지자로 나서는 채경의 행동은 가뜩이나 걸림돌이 막강한 재완과 모네에게 힘이 되고 있다.
도회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채경을 연기하는 왕지혜가 시청자들의 따뜻한 시선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 자칫 잘못하다가는 ‘욕받이’ 캐릭터로 전락할 수 있는 채경이라는 인물을 짠하게 만들어 호감을 사는 왕지혜의 캐릭터 표현은 현명했다.
‘호텔킹’을 통해 화려한 매력과 함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채경 그대로를 연기하는 왕지혜가 13회에서 또 한번 ‘해바라기 짝사랑’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무슨 역할을 연기하든, 비중이 크든 작든 제 몫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 왕지혜가 ‘호텔킹’의 ‘꿀 러브라인’을 담당하는 이동욱과 이다해의 쿨하고 짠한 ‘큐피터’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호텔킹’은 국내 유일의 7성급 호텔인 호텔 씨엘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속녀와 그를 위해 아버지와 적이 된 총지배인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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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