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 "날 욕하는 건 참아도 가족 욕은 못 참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5.25 06: 28

두 자릿수 승리 5번, 7년 연속 100이닝 이상 소화. 롯데 자이언츠 우완 송승준(34)은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투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리그를 주름잡은 시즌은 없었어도 언제나 시즌이 끝나고 보면 10승, 그리고 150이닝 이상 책임져 준 롯데 마운드의 대들보였다.
그러나 2014년 초반은 송승준에게 한없이 가혹하다. 송승준은 9경기에 선발로 등판, 1승 7패 평균자책점 7.14를 기록하고 있다. 슬로스타터인 송승준이지만 그래도 올해는 유난히 페이스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 송승준이 나선 경기에서 롯데는 1승 8패를 거두고 있고, 이는 송승준의 마음에 계속해서 부담감으로 쌓였다.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던 송승준이지만 결국 20일 포항 삼성전을 치른 뒤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오른쪽 허벅지에 햄스트링이 오기도 했지만 한 번 쉬어가면서 재정비를 할 시간을 얻기 위해서다.

꾸준히 허벅지가 좋지 않았던 송승준은 사실 14일 잠실 LG전이 끝난 뒤 김시진 감독을 찾아가 '1군에서 잠시 빼달라'는 요청을 하려고 했다. 마침 공교롭게도 김 감독이 먼저 송승준을 찾아가 그를 다독이며 "괜찮다. 시즌은 길다. 힘내고 부담 갖지말고 다시 한 번 잘해보자"고 격려했다. 김 감독의 한 마디에 송승준은 뜨거운 감격을 받았지만, 1군에서 빼달라는 말을 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렇지만 삼성전이 끝난 뒤에는 김 감독도 송승준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잠시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사실 햄스트링 부상은 그다지 심하지 않다. 현재 송승준은 선수단과 동행하며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일단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고 송승준에게 시간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제 송승준은 빨리 추스르고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게 임무다.
24일 울산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만난 송승준은 한결 얼굴이 밝아 보였다. 그는 "1군에서 제외되고 나서야 마음이 정말 편하다. 이제까지 정말 큰 부담감과 싸워온 것 같다"면서 "심지어 3연속 완봉승을 했던 때(2009년)보다 편한 마음이다.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송승준은 자신의 등판 순서가 돌아올 때마다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부진의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원인을 찾으려고 해도 자신의 등판일은 너무나 빨리 돌아왔다. 이제야 송승준은 올 시즌 스스로를 천천히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됐다.
롯데 마운드에 송승준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송승준을 비롯한 선발투수 4명이 제대로 돌아가야 롯데가 4강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 때문에 팀에서도 송승준의 정상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송승준은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올해 송승준이 부진하면서 일부 팬들은 그를 질타하고 있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그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다. 송승준은 "전화를 받아보면 '1군에 너가 없어서 내가 속이 시원해 발뻗고 잔다'는 말을 하는 분도 있다"면서 "나를 욕하는 건 괜찮다. 그렇지만 제발 가족들을 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날 싫어하지만, 응원해주시는 소수의 분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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