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을 놓고 일본인 투수들이 상위권에서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까. 현재 성적만 놓고 보자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르빗슈 유(28, 텍사스)와 다나카 마사히로(26, 뉴욕 양키스)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우완 투수들이 경쟁자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초반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올라서 있다. 우선 성적이 빼어나다.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다르빗슈는 목 통증으로 개막전 출전이 불발되기는 했으나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9경기에 선발로 나가 4승2패 평균자책점 2.35의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득점 지원만 좀 더 받았다면 승리는 더 쌓일 수 있었다. 평균자책점은 지난해(2.83)보다도 더 좋다.
다나카 역시 놀라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미국 무대에 적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이미 싹 들어갔다. 첫 9경기에서 6승1패 평균자책점 2.39의 빼어난 성적으로 미 전역을 놀라게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1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4실점(3자책점)하며 패전을 기록해 연승 행진은 중단됐지만 9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자신의 몫을 하고 있다. 실질적인 양키스의 에이스로 뽑힌다.

두 선수의 기록은 리그의 다른 특급 선수들에 비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두 선수는 24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아메리칸리그 투수 전 지표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소니 그레이(오클랜드, 1.99), 마크 벌리(토론토, 2.16)에 이어 다르빗슈가 3위, 다나카가 4위다. 맥스 슈어저(디트로이트, 2.59),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2.75)라는 전직 사이영상 출신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탈삼진에서도 다나카(73개)는 9위, 다르빗슈(71개)가 10위다. 그러나 9경기를 치른 선수로 한정하면 두 선수가 나란히 1·2위를 달리고 있다. 다르빗슈의 탈삼진 능력을 고려하면 다르빗슈가 왕좌를 지킬 것이라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다. 한편 다나카는 안정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에서 0.97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기도 하다.
물론 지난해 수상자인 슈어저를 비롯, 벌리, 그레이, 에르난데스 등 다른 선수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이들의 기록이 두 선수들에 비해 떨어질 것도 없다. 그러나 다르빗슈와 다나카는 기량 외에도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닌다는 점에서 표심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나카는 최고 명문 양키스의 에이스 자리를 꿰차는 등 리그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투수다. 다르빗슈는 ‘노히트 경기’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는 등 역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수많은 동양인 투수들이 MLB 무대를 노크했고 그 중에서는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도 꽤 많았다. 노모 히데오를 비롯, 박찬호, 왕젠밍, 사사키 가즈히로, 구로다 히로키 등이 각자 전성기를 구가하며 MLB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사이영상은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전인미답의 고지였다. 지난해 다르빗슈와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이 1위를 놓쳤지만 올해는 다나카까지 가세해 후보가 많아진 만큼 의미있는 결과를 기대해봐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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