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야구, 정말 들었다 놨다 한다.
한화가 연이틀 스펙터클한 경기내용으로 팬들을 울리다 웃기고 있다.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지만, 지고 있어도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중독성이 있다.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중독' 야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 23일 잠실 두산전에서 1회 3득점으로 기선제압하며 5회까지 5-3으로 리드했으나 6회 5실점으로 무너지며 전세가 뒤집혔고, 결국 5-11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대다수 팀이라면 큰 데미지를 입고 후유증이 오래 갈 경기이지만 한화는 역시 상식을 뛰어넘는 예측불가의 팀이었다.

24일 두산전에서 한화는 2회까지 0-7로 끌려다니며 전날 대역전패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4회 1점, 5회 2점으로 야금야금 따라붙더니 7회 타자일순으로 대거 7득점을 폭발시키며 12-8 믿기지 않는 대역전승을 거뒀다. 무려 7점차 열세를 극복한 올 시즌 최다 점수차 역전승.
올해 한화는 이 같은 행보를 자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일 대전 삼성전에서 4-0으로 리드한 경기를 5-6으로 역전패했지만 이튿날 삼성전에서 0-3으로 끌려다니다 타선 폭발로 10-5 역전승을 거두며 보란듯 설욕했다. 11일 대전 넥센전에서 6-1에서 6-7로 역전패했지만 20일 대전 LG전은 0-3 경기를 9-8로 뒤집어 짜릿하게 이겼다.
5월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 6일 잠실 LG에서 4-1로 리드한 경기가 4-5 역전패로 이어졌지만 이후 2경기를 모두 이기며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이어 16일 대전 SK전에서는 0-3으로 뒤지다 5-3으로 역전승했다. 올해 3점차 이상 스코어에서 역전패가 4패로 가장 많지만 역전승도 4승으로 최다승이다. 정말 스펙터클하다.
한화의 의외성은 파죽의 10연승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삼성에게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15일 대구 경기에서 한화는 1-2로 뒤진 경기를 9회 최고 마무리 임창용에게 복귀 첫 블론세이브를 안기며 연장 12회 접전 끝에 3-3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삼성이 10연승 과정에서 유일하게 잡지 못한 경기가 바로 이날 한화전 무승부였다.
중요한 것은 한화 야구가 갈수록 끈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불안한 불펜으로 인해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 김응룡 감독 퇴장 사건을 계기로 선수단의 결속력이 견고해졌다. 독기가 바짝 오른 한화를 쉽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는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지만 지켜보는 팬들로 하여금 이보다 더 스펙터클한 팀도 없다. 지고 있든 이기고 있든 마지막 순간까지 끝까지 봐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요기 베라의 야구 명언이자 야구 묘미, 어떤 의미로든 치명적 중독성을 자랑하는 한화의 마약야구가 잘 보여준다.
waw@osen.co.kr

잠실=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