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닝 무리없다" 한화 수호신 윤규진 투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5.25 06: 54

"많이 던지는 것? 전혀 무리없다".
한화가 7점차 뒤집기쇼를 펼친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 타자들의 무시무시한 집중력이 돋보인 가운데 승부처에서 재역전 위기를 막고 마지막까지 책임진 투수, '수호신' 윤규진(30)을 빼놓고는 역전승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날 윤규진은 2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3세이브째를 올리며 한화의 12-8 역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점점 한화 승리와 투혼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윤규진은 한화가 10-8로 역전한 7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구원등판했다. 역전 주자까지 나간 부담스런 상황이었지만, 윤규진은 김재호를 유격수 직선타로 잡고 급한 불을 껐다. 이어 8회와 9회 끝까지 책임지며 리드를 지켰다. 2⅓이닝 동안 투구수도 29개로 매우 효율적인 피칭. 최고 148km 직구로 정면승부하며 힘으로 두산 타자들을 눌렀다.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한 오재원과 호르헤 칸투 모두 윤규진의 강속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지난 2년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윤규진은 올해 17경기에서 2승3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특급 수준은 아니지만 누구도 이를 흠잡지 않는다. 오히려 규정이닝에 가까운 36이닝을 던지며 탈삼진 31개로 9이닝당 탈삼진 7.75개를 기록, 불펜투수답게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윤규진은 한화의 실질적인 마무리투수다. 한화 벤치의 기용법을 보면 윤규진 뒤로 나오는 투수는 없다. 하지만 보통 마무리투수들과 다른 건 그가 조금 더 빨리 등판해서 많이 던진다는 것이다. 올해 2이닝 이상 던진 게 8경기. 5⅓이닝 구원승과 4이닝 세이브도 있다. 1이닝 이하 피칭은 4경기로 손에 꼽을 정도. '1+' 이닝을 기본으로 던진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윤규진의 몸 상태를 걱정한다. 더군다나 2006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1년을 통째로 재활한 투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는 "많이 던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 연투를 하는 게 아니다. 한 번 많이 던지고 나면 며칠 쉬기 때문에 몸 상태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오히려 투수 입장에선 이렇게 나오는 것이 편하다"고 안심시켰다. 실제로 그는 이틀 연속 투구가 1번 뿐이고, 그마저도 첫 날 ⅔이닝으로 개인 최소 이닝이었다.
실질적인 마무리이지만 팀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떻게 기용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준비도 윤규진은 잘 되어있다. "지금 내 역할이 확실하게 고정된 게 없다. 내가 어떤 스타일이고, 어느 것이 적합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팀에서 시키는 대로, 주어진 역할에 해야 한다"는 것이 윤규진의 말이다. 팀을 위한 헌신으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윤규진은 "시즌 초반에만 하더라도 여유가 없었다. 공을 받는 대로 던지기에 바빴다. 이제는 마운드 위에서 여유가 생겼다. 투구 밸런스 역시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구위만 놓고 보면 2005년이 가장 좋았고, 가장 많이 던진 건 2008년이다. 그런데 두 번 다 부상으로 인해 풀타임으로 마치지 못했다. 올해는 꼭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가 없는 한화, 이제는 정말 상상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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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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