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들은 징크스에 민감하다. 경기에서 패하고 나면 경기 전에 있었던 작은 행동까지 되돌아보고 문제가 없었는지 생각한다. 결론이 나면 되도록 같은 행동은 반복하지 않게 된다. 그런 것들은 개인의 ‘징크스’가 된다.
두산 베어스를 이끌고 있는 송일수 감독에게 특별한 징크스가 있는지 묻자 송 감독은 “특별한 것은 없다”고 짧게 말했다. 하지만 “대신 경기 전에 항상 하는 일은 있다”고 덧붙였다. 송 감독이 경기 전에 항상 하는 일은 다름 아닌 ‘청소’였다.
송 감독은 이에 대해 “출근하기 전에 방을 깨끗이 정리한다. 리모컨도 가지런히 놓고, 욕실도 물기 없이 닦는다. 현역 시절부터 했던 일인데, 현역 때는 포수였기 때문에 홈 플레이트에 흙이 있으면 항상 깨끗이 털곤 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그렇듯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지만, 송 감독은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송 감독의 습관은 징크스라기보다 경기 전 의식(pre-game ritual)에 가깝다. 매 경기 전에 항상 같은 음식을 먹거나, 국가가 나올 때 혼자만의 주문을 외우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음악을 듣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책을 읽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선수들도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메이저리그 통산 3010안타를 기록한 강타자 웨이드 보그스다. 보그스의 경우 의식이 80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에는 경기 중에 하는 행동들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지 트레이닝(4번의 타석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4안타를 치는 상상을 하는 것) 외에는 경기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이 없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징크스에는 반복하면 진다는 믿음이 깔려있지만, 경기 전 의식은 말 그대로 경기를 준비하는 혼자만의 의식이다. 이는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늘 똑같이 하는 행동이다. 인간은 항상 일정한 행동양식을 유지하는 것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특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경기 전 의식은 승부에 임하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통한 경기력 손실 방지 효과를 준다.
직접 뛰지는 않지만, 현역 시절부터 함께했던 좋은 습관을 계속 이어가며 송 감독은 승부에 임하는 마음을 새롭게 다진다. 경기 전 의식이 경기 중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마음으로라도 준비하려는 자세가 나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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