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고집'으로 끝났다. 윤석영(24, 퀸스파크 레인저스)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대표팀 합류 일자까지 뒤로 미루게 했던 해리 레드냅 감독은 90분 동안 그를 벤치에 앉혀둔 채 팀의 승격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QPR은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끝난 더비 카운티와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전서 후반 종료 직전 바비 자모라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승격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2012-2013시즌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에 머무르며 강등을 면치 못했던 QPR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한 번 EPL 무대를 밟게 됐다.
기어코 승격을 일궈낸 QPR의 감동 드라마 뒤에는 윤석영의 차출을 둘러싼 홍명보호와 QPR의 줄다리기가 있었다. 중요한 경기인만큼 결원 없이 선수단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한 채 치르려는 레드냅 감독과, 2014 브라질월드컵이라는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대표팀을 최선의 상태로 끌어올리려는 홍명보 감독의 치열한 줄다리기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19일부터 25일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 월드컵 출전국 예비엔트리(30명)에 포함된 선수들은 출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QPR은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차출 요청에 불응했고 오히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홍 감독이 윤석영의 QPR 잔류를 허락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줄다리기 끝에 기어코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윤석영을 머물게 한 QPR이지만, 정작 결승전에서는 윤석영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특히 후반 14분 게리 오닐의 퇴장으로 인해 수적 열세에 몰린 QPR은 더비 카운티의 거센 공세 속에서 윤석영에게 기회를 줄 틈도 없이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했다.
승격이 걸린 이 중요한 경기를 위해 윤석영을 '보험'으로라도 꼭 붙잡고 싶었던 레드냅 감독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누가 감독이라 하더라도 가용자원 100%의 상태로 치르고 싶었을 경기다. 경기에 뛰고 뛰지 않고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 팀이 EPL로 승격한 만큼 다음 시즌부터 윤석영은 꿈의 무대로 복귀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으니 해피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정이다. 레드냅 감독의 선택에는 홍명보호와의 소통이 철저히 배제됐다. 이제나 저제나 윤석영의 합류를 기다려야했던 홍명보호는 팀을 위한 레드냅 감독의 고집 덕분에 당장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중요한 테스트 기회 한 번을 놓치게 됐다. 윤석영의 합류가 늦어지면서 대표팀은 두 번의 평가전 중 국내에서 열리는 마지막 평가전을 왼쪽 풀백 없이 치러야할 상황에 놓였다.
25일 귀국하는 윤석영은 물론,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의 부상 회복마저 더뎌지면서 발생한 '왼쪽 구멍' 사태에 홍 감독은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를 임시기용하는 방편을 고려 중이다. 실전을 앞두고 얻은 두 번뿐인 기회 중 한 번을 임시변통으로 해결해야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레드냅 감독의 고집과 '불통'을 시전한 QPR이 야속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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