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단 한 편의 진출작도 없는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여야 했던 것에 비해 올해 열린 제67회 칸 영화제는 공식 초청된 한국 영화들의 활약으로 뜨거웠다. 비록 국내에선 배두나와 짐 스터게스의 열애 공식 인정이 더 큰 화제를 모았지만 한국 영화의 인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뜨거웠던 제67회 칸 영화제였다.
지난 14일 개막한 제67회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한국 영화는 총 네 편으로 모두 비경쟁 부문이었지만 현지 공개 이후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식지 않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가장 먼저 한국 영화의 분위기를 달군 주인공은 영화 '끝까지 간다'였다. 감독 주간에 초청된 '끝까지 간다'는 공식 스크리닝 당시, 극장을 웃음으로 가득 채울 만큼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국내 관객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만들었다는 김성훈 감독의 말이 무색하리만치 격한 반응을 보인 외국 관객들에 '끝까지 간다' 측도 당황했을 정도. 김성훈 감독과의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끝까지 간다' 측 관계자는 "외국 관객들이 이렇게 많이 웃을 줄 몰랐다"라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공식 스크리닝 이후 외신은 일제히 '끝까지 간다'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영화에 대해 "고품격 한국범죄영화 칸에 오다"라고 한 줄 포인트를 전한 데 이어 "폭주하는 서스펜스와 블랙 유머가 만나 완성된 한시도 예측할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작품", "에너지 넘치며 혼을 빼놓는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라고 평했으며 스크린 데일리 역시 "신선하면서도 극도의 재미를 선사하는 '끝까지 간다'는 정밀하게 짜여진 전개와 재치 있는 각본으로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영화를 사고 파는 마켓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돌았다. 한 국내 마켓 관계자는 현지에서 OSEN과 만나 "영화를 본 사람은 물론,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입소문을 듣고 '끝까지 간다' 이야기를 먼저 꺼낼 정도다"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된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 역시 현지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공식 스크리닝 후 5분간 기립박수를 치며 정주리 감독과 배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을 향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 현지 관계자들은 극장에서 나온 후에도 배우들을 둘러싸고 박수를 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에 김새론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배두나와 송새벽은 연신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또한 현지 관계자들은 극장을 나서며 서로 '도희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 대부분은 "아름다운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는 평이었다. 상영 직후 OSEN과 만난 프랑스 기자는 "시나리오는 완벽했고 배우들의 연기 역시 완벽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칸 영화제의 후반부를 달군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초청작 '표적'은 칸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리메이크한 '표적'에 대해 현지 언론은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원작 감독 역시 "내 영화보다 훨씬 좋았다"라며 극찬했다.
수상이라는 기쁨을 맛본 한국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지만 한국 영화가 이번 칸 영화제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건 아니었다. 점점 커져가는 중국 영화의 강세 속에서 한국 영화는 영화제 자체에서도, 마켓에서도 건재한 위상을 과시했다. 현지에서 발행되는 데일리에서도 마켓에 나온 한국 영화를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 제67회 칸 영화제를 뒤로 한 채 한국 영화는 이 여세를 몰아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2년 연속 경쟁 부문 진출에 실패한 한국 영화지만 내년만큼은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 한국 영화의 위상을 더욱 더 높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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