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본능에 충실했던 레알 마드리드가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물리치고 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라 데시마(La Decima, 10회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가 연고지 마드리드에서 어깨를 당당히 펴고 다니게 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25일(이하 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다 루스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2013-2014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4-1로 역전승 거뒀다. 2001-2002 시즌 이후 1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레알 마드리드는 사상 처음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짜릿한 승리였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90분이 흘렀을 때까지 레알 마드리드는 0-1이라는 스코어에 고개를 숙이려고 했다. 그러나 세르히오 라모스의 완벽한 헤딩골에 이어 연장전에서만 3골을 폭발시키며 레알 마드리드는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색깔이 다른 팀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 최다 득점 1위의 팀이라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최소 실점 1위의 팀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력도 나쁘지 않았지만, 서로의 장점을 비교했을 때 확연한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는 방패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우세를 점하는 듯 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반 36분 넣은 디에고 고딘의 선제골을 후반 47분까지 지켜내며 우승을 눈 앞에 두게 됐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공세를 모두 막아냈고, 골키퍼 티보 쿠르투와도 선방쇼로 골문을 단단히 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본능은 결국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를 무너뜨렸다. 경기 종료까지 불과 2분이 남은 후반 48분, 레알 마드리드는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라모스가 상대 수비수를 완벽하게 속이는 움직임을 펼친 뒤 노마크 찬스에서 헤딩슛을 시도해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했다.
수비수 라모스가 득점포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자, 전후반 90분 동안 침묵하던 공격수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가레스 베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앙헬 디 마리아 등이 빠른 스피드를 내세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공략했고, 연장 후반 5분 베일이 전후반 90분의 부진을 만회하는 결승골을 터트렸다.
베일만 골을 넣은 것이 아니다. 8분 뒤에는 측면 수비수 마르셀루가 과감한 오버래핑을 선보인 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어 슈팅을 시도해 추가골을 넣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호날두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골로 연결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득점을 할 것이라는 공격진에 대한 믿음과 수비진의 공격 가담이 만든 승리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서는 우승을 눈 앞에서 놓쳤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됐던 일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후반전부터 공격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승리를 위해서는 추가골이 필요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막는데 급급했다. 동점골을 허용할 경우 무너지는 것이 명약관화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서는 주득점원 디에고 코스타의 부상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코스타가 전반 9분 만에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탓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공격진에서 믿을 선수가 없었다. 코스타의 부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패배에 치명적인 원인이 됐다.
sportsher@osen.co.kr
ⓒ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