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맞붙은 25일 울산 문수구장. KIA가 7-3으로 앞선 가운데 7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한 나지완이 갑자기 배트를 지면과 수평으로 눕히더니 3루 선상으로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타구는 파울라인 안쪽으로 계속해서 구르다가 마지막에 라인 바깥쪽으로 서서히 향했다. 한동안 라인을 타던 타구는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갑자기 페어지역으로 들어왔다. 나지완이 기습번트 내야안타를 성공시킨 순간이다. 1루에 무사히 도착한 나지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사실 나지완이 기습번트를 시도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바로 롯데 투수 정대현에게 약했기 때문이다. 나지완은 정대현을 상대로 통산 20타수 3안타, 타율 1할5푼으로 유독 약했다. 롯데 야수들은 나지완이 기습번트를 시도할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허를 찔렸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나지완은 그렇게 발이 느린 선수는 아니다. 최근 2년 연속 도루 7개를 기록하고 있으며 통산 도루도 22개나 된다. 자주 도루를 시도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상대가 방심하고 있을 때 2루를 훔칠 정도는 된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롯데 내야진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한 나지완의 기습번트였다. 그렇다고 나지완이 이날 기습적으로 번트를 대 안타를 친 것만은 아니었다. 1회 2타점 결승 적시타, 그리고 3회에는 쐐기를 박는 솔로홈런까지 날렸다.
4-0으로 앞선 3회초, 나지완은 롯데 두 번째 투수 이상화의 137km 높은 바깥쪽 직구를 놓치지 않고 힘으로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겨 버렸다. 시즌 7호 홈런, 비거리는 120m로 측정됐다. 나지완의 괴력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한 방이었다.
이날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나지완은 홈런 7개로 팀 내 2위, 타점도 32점으로 마찬가지로 팀 내 2위를 달리고 있다. 팀 공격을 이끄는 브렛 필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성적, 게다가 기습번트로 타구를 페어지역에 넣을 정도로 야구 센스까지 갖췄다. 4번 나지완의 활약 덕분에 KIA는 롯데를 잡고 주말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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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