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에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가서 열심히 잘 하라고 하셨다."
승선도 합류도 아슬아슬했다. 윤석영(24, 퀸스파크 레인저스)가 23명의 대표팀 중 마지막으로 파주에 합류했다. 윤석영은 25일(이하 한국시간) 귀국해 곧바로 경기도 파주의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했다.
윤석영의 소속팀 QPR은 25일 새벽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끝난 더비 카운티와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전서 후반 종료 직전 바비 자모라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승격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2012-2013시즌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에 머무르며 강등을 면치 못했던 QPR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한 번 EPL 무대를 밟게 됐다.

기어코 승격을 일궈낸 QPR의 감동 드라마 뒤에는 윤석영의 차출을 둘러싼 홍명보호와 QPR의 줄다리기가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19일부터 25일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 월드컵 출전국 예비엔트리(30명)에 포함된 선수들은 출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QPR은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차출 요청에 불응했고 윤석영은 승격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에야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대표팀 합류까지 늦어진 채 QPR에 남았지만 결승전에서 윤석영은 벤치를 지켜야했다.
그러나 윤석영은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 윤석영은 "결승전에 선발로 나가고 싶은 욕심이 좀 있었기에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어뒀다. 경기에 뛰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상태는 아주 좋다. 그동안 대표팀 주치의와 연락하며 몸상태를 체크했고 훈련도 빠짐없이 소화했다.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제외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튀니지전에 나서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합류한 만큼 윤석영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윤석영은 "부담도 많고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선수로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수비 조직력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 발을 맞춰나간다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2012 런던올림픽이 끝난 후 여러 팀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주가가 급상승했던 윤석영은 QPR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그에 대한 평가도 덩달아 하락한 상태. 윤석영은 "2012 런던올림픽은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오랜 시간 뛰지 못하다 마지막에 뛸 수 있게 돼 이렇게 합류했는데 팀이 좋은 성적 거두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그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팀이 매번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한편 윤석영은 이번 합류 해프닝으로 인해 한국 팬들에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레드냅 감독이 한국으로 떠나는 그에게 뭔가 해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미소를 보였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빨리 비행기를 타러가야하는 상황이었기에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가서 열심히 잘 하라고 해주셨다"고 설명한 윤석영은 "선발 욕심 같은 부분을 떠나 팀이 이겨서 승격해 좋다"고 기쁨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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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