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채우기엔 11명으로도 충분했다. 보이그룹 엑소가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정리하고 완벽한 퍼포먼스로 첫 번째 단독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11명이 오르는 낯선 무대였지만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한 노력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12명에서 11명이라는 낯선 느낌은 금새 사라졌고, "단독콘서트는 엑소들의 큰 꿈이었다"고 말하는 엑소 멤버들의 설렘과 행복한 기운이 느껴졌다.
엑소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번째 단독콘서트 '엑소 프롬 엑소 플래닛 #1. 더 로스트 플래닛(EXO FROM. EXOPLANET #1 -THE LOST PLANET-)' 3일간의 서울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 공연인 만큼 엑소의 열정이 넘쳤고, 팬들의 함성도 더 뜨거웠다. 지난해 '으르렁'으로 가요계를 점령하고, 최근 미니앨범 '중독(Overdose)'으로 1위를 휩쓸고 있는 엑소의 저력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오후 4시 18분. 공연장 대형 스크린으로 엑소의 등장을 알리는 티저 영상이 상영되자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1만 4000여개의 은색 야광봉이 아름다운 물결을 이뤘다. 영상에 이어 데뷔곡 '마마(MAMA)'의 전주가 흐르면서 엑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층 성숙한 강렬해진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엑소 11명의 멤버들은 특유의 파워풀한 군무를 깔끔하게 소화하며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초반 무대를 마친 엑소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11명이 동시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며 "위 아 원(We are one)"을 외친 후, 팬들과 호흡하며 무대를 이어갔다. 수호는 "우리는 하나입니다"를 강조했고, 디오도 "엑소는 지금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장 밖에도 생중계됐다. 취소표 구매를 기대하며 현장을 찾은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공연 초반 10곡을 공연장 밖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3000여 명의 팬들은 빨간색 우비를 입고 엑소의 공연을 관람했다. 찬열은 공연장 밖에 있는 팬들을 챙기며 "궂은 날씨에도 찾아와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잊지 않았다.
엑소는 '마마'를 시작으로 'XOXO', '너의 세상으로(Angel)', '히스토리(History)',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 '썬더(Thunder)', '마이 레이디(My Lady)', '피터팬', '중독', '으르렁(Growl)', '늑대와 미녀', '럭키(Lucky)' 등 2시간여 동안 총 31곡의 무대를 꾸몄다.


특히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멤버들의 개인 무대로 특별함을 더했다. 레이는 처음으로 자작곡 무대를 꾸몄으며, 카이와 시우민, 세훈은 파워풀함이 돋보이는 퍼포먼스를, 찬열은 드럼 연주, 첸과 디오, 루한, 수호는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감미로운 솔로곡, 백현은 피아노 연주를 들려줬다. 11명의 멤버들 모두 각기 다른 매력으로 넓은 무대를 꽉 채웠다. 완전체로 무대에 올랐을 때와는 또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팬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엑소-K와 엑소-M의 댄스 배틀에서 관객 중 추첨을 통해 한 팬을 무대에 올렸고, 그를 둘러싸고 열정적인 댄스 배틀을 진행했다. 수호는 "이틀 동안 행복하고 즐거운 콘서트를 가졌는데, 우리 멤버들이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팬 여러분도 안전에 주의해주셨으면 좋겠다. 너무 우리가 좋다고 다가오면 큰일 난다. 다치면 우리가 심장이 아프다"고 닭살스러운 멘트를 하는 등 맞춤 팬서비스를 이어갔다.
또 돌출무대를 충분히 활용하며 팬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멤버들은 엑소 로고로 형상화환 무대 곳곳을 누볐다. 360도 자리를 옮겨가며 팬들에게 인사했고, 가까이에서 춤추고 노래했다.
이번 콘서트는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 쟈넷 잭슨 등의 안무가로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안무가 토니 테스타가 콘서트의 총연출을 맡았다. 엑소의 로고를 형상화한 독특한 무대뿐 아니라 20mX9.5m의 대형 LED 스크린과 4개의 중계 스크린, 리프트, DJ Tank, 와이어, 레이저 등 다양한 무대 장치 및 효과가 어우러졌다. 뿐만 아니라 공중곡예사들의 퍼포먼스와 제이지, 브루노 마스 등과 작업한 유명 영상팀 신드롬이 제작한 공연 영상으로 볼거리를 더했다.
마지막 무대를 마친 후 첸은 "마지막 콘서트 날이라 지칠법도 한데 팬들의 응원과 환호 때문에 더 힘이 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말했고, 수호는 "여러분과 함께해서 즐거웠다. 행복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멤버들 다함께 "위 아 원"을 외쳤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 15일 멤버 크리스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한 후, 11명의 멤버들끼리만 오른 무대라 더욱 특별했다. 콘서트를 일주일 앞두고 벌어진 상황에서 당황했지만 11명의 멤버들은 급하게 수정된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더욱 성장한 모습이었다.
공연에 앞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엑소 멤버들은 크리스 사태 후 당황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수호는 "당황스러운 마음이 제일 컸다. 우리 멤버들 모두 다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콘서트 1주일 앞둔 시점에서 많이 마음 아파하고 힘들어했다. 더 단합해서 팀워크를 다지면서 이틀 동안 공연도 잘하고 모두 좋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레이는 "중국에서 인터뷰를 했었는데 이번 일에 대해서 정말 속상한 것 같다. 너무 상처를 받고 실망한 것이 있다"라며 "많은 엑소의 팬들이 이상한 루머로 편을 갈랐고, 팬들에게도 오해가 생겨서 속상했다. 하나의 엑소가 되고 싶다"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또 찬열은 11명이 무대에 오르게 된 것에 대해 "처음에는 혼란스럽긴 했는데, 무대적인 부분에서 팬들에게 완벽한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컸다. 우리끼리도 이야기를 많이 했고 연습을 더 열심히 했다"라며 "그렇게 연습하면서 더 단합이 돼서 리허설도 많이 했다. 그래서 더 완벽한 무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 공연을 보면 우리의 완벽한 무대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한다"라고 밝혔다.
엑소가 데뷔 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단독콘서트인 이번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 1회 공연이 추가됐다. 엑소는 지난 23일부터 3일간 약 4만 2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엑소는 내달 1일~2일 양일간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엑소 프롬 엑소 플래닛 #1. 더 로스트 플래닛 인 홍콩' 공연을 개최하며, 베이징, 상하이, 홍콩, 도쿄, 오사카, 싱가포르, 방콕, 마닐라, 자카르타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첫 번째 단독콘서트 투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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