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3일'이 25일 방송에서 원곡마을 양원역에서의 72시간을 다룬다.
울진군과 봉화를 가르는 낙동강 상류에 자리 잡은 원곡마을은 20여 가구에 40여명의 주민들이 사는 작은 산골마을. 마땅한 교통시설이 없던 이 곳 주민들은 이웃마을의 승부역까지 10리가 넘는 거리를 걸어가야 했다. 마을 앞으로 영동선 기차가 지나갔지만, 서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승부역을 오가며 철길을 따라 걷다 교량이나 터널에서 기차를 피하지 못해 10명이 넘는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해마다 사망자가 늘자 주민들은 철도청과 청와대에 기차를 세워 달라고 수차례 청원을 넣었고, 영동선 개통 33년만인 1988년 4월 원곡마을에 기차가 정차하게 됐다. 마을에 기차가 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만세를 부르며 너나 할 것 없이 괭이와 호미를 들고, 손수 승강장과 대합실을 만들었다. 눈물과 기쁨으로 지은 산골마을 간이역에서 원곡마을 주민들과 함께한 3일이다.

양원역에 기차가 정차한지 26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기차는 이 산골마을에서 최고의 교통수단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춘양오일장에 나가 호미나 낫과 같은 농기구를 사고, 다시 저녁 기차를 기다리며 장터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 할머니들은 이때 잠깐 내놓을 산나물을 매일 뜯고, 삶고, 종일 말려 나물전을 펼친다. 조용한 산골마을에 사람들이 복작이면, 할머니들 얼굴에 웃음이 피어오른다.
제작진은 "원곡마을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이었던 기차역은 이제 새로운 기대와 기쁨이 담긴 하루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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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