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24)은 두산 베어스가 자랑하는 최고의 유틸리티 요원이다. 1루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고, 외야에서도 뛴 경험이 있다. 공격에서도 정확성 있는 타격 능력과 빠른 발을 갖추고 있다.
만능 백업이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지만, 허경민은 주전으로 한 포지션에 정착할 수 있는 선수다. 내야진이 풍부한 두산에 있어 주전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다른 팀에서는 충분히 주전으로 뛸 기량이다. 백업 내야수임에도 팀이 치른 43경기 중 38경기에 출전했다는 것이 허경민의 비중을 말해준다.
전날 경기인 25일 잠실 한화전에서 오재원을 대신해 2루수로 선발 출장한 허경민은 타선에서도 오재원의 자리인 2번에 들어갔다. 허경민은 2루타와 3루타 하나씩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1타점으로 오재원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했다. 허경민에게는 개인 한 경기 최다안타 기록도 갈아치운 최고의 날이었다.

올해 38경기에서 타율 .284로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주전의 길이 쉽게 열리지 않아 마음의 슬럼프도 잠시 있었다. 이때 송일수 감독의 말은 큰 힘이 됐다. 허경민은 “잘 안 되고 의기소침할 때 감독님이 따로 부르셨다. 경기 중에 한 타석만 나가 잘 치기 힘든 걸 안다고 말해주시면서 팀을 위해 조금만 견뎌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잡게 됐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허경민은 더 나은 미래를 그리면서도 현재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을 잘 찾아 수행하고 있다. 허경민은 “만년백업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선발로 출장할 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면서도 “지금은 백업으로 뛰는 것이 팀이 잘 되는 일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있다”며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가짐도 보였다.
타격에서 정확성도 갖췄지만, 자신만의 컬러를 살리기 위해 허경민이 준비한 무기는 도루다. 경찰청 시절이던 2010년부터 2년 연속 퓨처스리그 도루왕에도 올랐던 허경민은 “도루는 지금보다 많이 시도해야 하는데 성공률을 높이려 하다 보니 시도가 많지는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점차 늘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도루 성공 개수는 매년 조금씩 올리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 허경민의 설명. 지난해 18차례 도루를 시도해 14번 성공시킨 허경민은 올해는 5번을 시도해 3번을 성공시킨 것이 전부지만 탄력이 붙으면 한 경기에 2개 이상도 가능하다. 경기에 자주 나오기만 한다면 지난 시즌 기록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두산의 주젼 내야수들은 컨디션이 나쁜 날 허경민이 있어 안심하고 쉴 수 있지만, 자신의 자리를 언제든 위협할 수 있는 허경민이 있어 한시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허경민이 두산을 9개 구단 중 가장 내야가 탄탄한 팀으로 만드는 한 축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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