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매미가 울지도 않는 시기지만 예년보다 일찍 난세를 평정할 기세다. 삼성이 류중일 감독 부임 이후 최다 연승인 11연승을 달리며 경쟁자들과 서서히 격차를 벌리고 있다. 11연승 기간 중 삼성의 성적을 보면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그리고 이 성적은 삼성이 올 시즌 통합 4연패에 도전할 자격이 충분함을 증명하고 있다.
삼성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선발 릭 밴덴헐크의 무사사구 2실점 완투 역투와 3회에만 무려 11점을 뽑는 등 타선이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발휘한 끝에 18-2로 크게 이겼다. 넥센과의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한 삼성은 이로써 팀 11연승을 내달렸다. 9개 구단의 평준화로 3연승 이상을 하기가 쉽지 않은 양상임을 고려할 때 11연승은 그 자체로 대단한 업적이다.
삼성의 연승은 지난 5월 13일 대구 한화전부터 시작됐다. 15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그 후 경기에서 모두 이기며 연승을 ‘11’까지 늘렸다. 연승 시작 전 삼성은 17승13패(.567)로 리그 3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28승13패(.683)로 7할 승률을 눈앞에 두고 있다. 2위 두산(25승18패)과의 승차는 4경기, 4위 넥센(23승20패)과의 승차는 6경기로 벌어졌다.

▲ 철벽 마운드, 누가 따라오랴
투·타의 조화가 만든 11연승이었다. 세부 내용이 너무나도 압도적이다. 삼성은 연승 기간 중 12경기에서 2.92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리그 전체의 평균자책점은 5.37이었고 최하위팀 넥센의 팀 평균자책점은 7.22였다. 2위 두산(4.67)과의 격차도 꽤 난다. 삼성 마운드의 압도적인 힘이 실감난다.
세부적으로 보면 선발진이 힘을 냈다. 삼성은 이 기간 중 선발 평균자책점이 2.82고 선발승이 10번이나 된다. 돌아온 릭 밴덴헐크가 3승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하며 선발진을 이끌었고 J.D 마틴(2승, 평균자책점 2.31), 윤성환(2승, 2.70), 배영수(1승, 4.09), 장원삼(2승, 4.85) 등 선발 5명 전원이 승리를 챙겼다. 12경기에서 선발 투수들의 투구 이닝은 76⅔이닝으로 경기당 평균 소화이닝은 6⅓이닝에 이른다.
불펜에서는 연승 기간 중 자연히 많이 등판할 수밖에 없는 필승조가 힘을 냈다. 그간 다소 부진했었던 안지만(5경기 4홀드, 1.93), 심창민(6경기 1홀드, 1.29)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차우찬(7경기, 4.05)도 4홀드를 수확했다. 마무리는 임창용의 몫이었다. 15일 블론 세이브 한 차례를 기록하긴 했지만 4세이브를 수확하며 철벽의 면모를 선보였다.

▲ 쉬어갈 곳 없는 지뢰밭 타선
타선도 만만치 않았다. 정확도와 일발 장타력을 모두 보여주며 상대 마운드에 공포로 떠올랐다. 연승 기간 중 삼성의 팀 타율은 3할3푼1리로 같은 기간 두산(.355)에 이어 리그 2위다. 리그 평균인 2할8푼8리는 훌쩍 뛰어 넘는다.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22개의 홈런을 때리는 등 팀 장타율(.569)은 리그 선두였고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981에 이르렀다. 보통 OPS가 0.8이 넘으면 좋은 타자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이 기간 삼성의 타선은 사실상 비정상적이었던 셈이다.
상·하위타선을 가리지 않고 터졌다. 주로 리드오프로 나선 외국인 타자 나바로는 타율 3할5푼4리와 출루율 4할7푼5리로 활로를 열었고 시즌 초반 다소 부진했던 박한이는 3할6푼2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중심타선과의 연결고리 몫을 충실히 했다. 채태인(.235)이 다소 부진했을 뿐 4번부터 6번까지는 대포쇼였다. 최형우(타율 .354, 6홈런, 12타점) 박석민(.390, 6홈런, 9타점) 이승엽(.362, 5홈런, 13타점) 세 명이 17홈런과 34타점을 합작했다.
하위타선에서도 이지영이 타율 4할6리로 좋은 모습을 선보였고 주로 9번 타자로 나선 김상수가 타율 3할8푼9리, 12타점을 기록하며 상·하위타선을 잇는 연결고리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타선 전체가 유기적으로 터진 삼성은 이 기간 95득점을 올렸는데 같은 경기수를 소화한 팀으로는 70득점을 기록한 2위 한화와의 차이가 꽤 컸다.
물론 연승팀의 세부 내용이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성적을 시즌 끝까지 이어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삼성은 강력한 마운드와 기회를 놓치지 않는 타선의 힘을 응집시킬 수 있음을 11연승 기간 동안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정규시즌 1위, 그리고 ‘대권’을 향한 전제조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수들의 풍부한 경험, 2위권과의 격차를 벌리면서 찾을 수 있는 팀 운영의 여유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이 통합 4연패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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