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첫 노히트 게임의 주인공은 다르빗슈 유(텍사스)도,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도 아닌 조시 베켓(34, LA 다저스)이었다. 전성기에서 내리막을 타는 듯 했던 이 베테랑이 생애 첫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베켓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미 펜실베니아주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3개의 볼넷을 내줬으나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으며 6탈삼진 무실점 호투,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128개의 공으로 만든, 자신의 321번째 선발 등판에서 거둔 첫 노히트 노런이었다.
베켓은 굴곡의 인생을 가진 투수로 손꼽힌다. 이날 경기 전까지 총 323경기(선발 320경기)에 출전했던 베켓은 MLB 통산 134승101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한 특급투수였다. 보스턴 시절이었던 2007년에는 20승 고지를 밟기도 했고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투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 후로는 내리막이었다. 부상이 있었고 구위도 전성기만 못했다. 100마일에 이르는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던 베켓의 구속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평범한 투수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 해 잘하면 한 해 못하는 패턴이 반복됐고 그 와중에 2012년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되는 일도 겪었다.
지난해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5패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한 뒤 손가락 혈행장애 증세로 시즌을 접기도 했다. 신경을 누르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갈비뼈를 들어내기도 하는 등 대수술이었다. 클럽하우스를 서성이는 그의 모습은 지난해 내내 어두웠고 20승 투수의 면모는 온데간데 없었다. 올 시즌 전에도 부상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모두가 ‘베켓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하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베켓은 그런 목소리를 비웃으며 화려하게 다시 날아올랐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 다저스의 5선발 자리를 꿰찬 베켓은 올 시즌 8경기 선발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 중이었다. 유난히 득점지원을 받지 못해 불운의 아이콘으로도 손꼽혔지만 이날 노히트 노런과 함께 시즌 3승째를 수확함과 동시에 평균자책점도 2.43으로 끌어 내렸다. 노히트 확정 이후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베켓의 표정에서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한편 다저스 구단 공식 트위터와 ESPN은 베켓의 노히트 노런이 다저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21번째라고 밝혔다. 이는 MLB 팀 중에서는 가장 많은 기록이다. 다저스의 가장 근래 노히트 노런은 1996년 9월 17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전에서 노모 히데오가 기록한 것이었다. 반면 필라델피아는 36년 만의 첫 노히트 수모를 당했다.
skullboy@osen.co.kr

시티즌스뱅크파크(필라델피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