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을 두고 클래스라고 하는 건가.
한화 리드오프 이용규(29)가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리그 최고 1번타자 면모를 되찾았다. 이용규는 최근 9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시즌 타율은 어느덧 3할2푼까지 끌어올렸다. 4월까지 타율 2할5푼6리로 고전했으나 5월 19경기에서 3할8푼9리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완벽히 살아났다.
5월 기록을 깊게 들여다 보면 더욱 놀랍다. 5월 19경기 중 안타를 치지 못한 건 3경기 뿐이다. 3안타 4경기, 2안타 4경기로 멀티히트가 8경기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볼넷도 무려 16개를 골라냈고, 몸에 맞는 볼도 2개 있다. 5월 출루율은 5할1푼1리로 소름 끼치는 수준이다.

시즌 39경기 타율 3할2푼 48안타 11타점 8도루. 볼넷 26개와 사구 4개를 더해 출루율도 4할3푼3리. 출루율 부문에서 1번타자 중 두산 민병헌(.436) 다음으로 높다. 현재 페이스라면 KIA 시절이었던 지난 2011년 기록한 자신의 한 시즌 최고 출루율 4할2푼7리 능가할 수 있다.
이용규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건 그에 대한 우려 시선을 극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지난해 9월 왼쪽 어깨 회전급 봉합수술을 받았다. 야수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술로 당초 회복까지 8~9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FA 선수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이용규에게 4년 총액 67억원을 베팅하며 그에 대한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이용규도 서산과 사이판을 오가며 빠르게 재활에 돌입했고,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4월 개막부터 합류했다. 어깨가 아물지 않아 여전히 송구가 안 돼 수비는 나서지 않지만 대단한 프로 정신이다. 그를 두고 한 관계자는 "어깨가 안 좋다는 건 수비 뿐만 아니라 타격에도 지장이 올 것이다. 그런데도 경기에 나서는 게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이용규는 대전 홈경기 때마다 매일 가장 먼저 야구장으로 나와 타격 훈련을 소화한 뒤 따로 재활 훈련까지 병행하며 바쁘게 몸을 만들었다. 시즌 초반 높은 기대치에 걸맞지 않은 성적으로 인해 마음 고생도 했지만 그럴수록 경기장에 가장 먼저 나와 훈련하고, 나머지 훈련까지 자청하며 노력을 거듭했다.
그는 "지명타자로만 나가 팀과 선수들에게 여러모로 미안하다"며 "타격 밸런스나 스윙이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나올 때까지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뜨거운 5월의 성적으로 보란듯 만회하고 있다. 아직 외야 수비 복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타격과 주루로 충분히 공헌하고 있다. 5월 한화의 타격 폭발에도 '선봉장' 이용규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시즌 초반 LG에서 KIA로 이적한 1번타자 이대형의 맹활약으로 인해 이용규의 부진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하지만 올라올 선수는 올라오는 법, 이용규가 주변 우려를 잠재우는 활약으로 5월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에 대한 걱정은 어디까지나 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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