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 ‘꼴찌’ 불펜진에 고마워하는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26 10: 40

SK 불펜의 기록은 초라하다. 상위권보다는 바닥에 가깝다. 그러나 기록 뒤에 숨어있는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악조건 속에서도 분투하고 있는 불펜을 바라보는 이만수 SK 감독도 심정도 '고마움'이다.
SK는 25일 현재 5.50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평균(4.99)에 못 미치는 9개 구단 최하위 성적이다.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어렵다. 로스 울프, 윤희상의 부상 악재에 직격탄을 맞은 선발진은 5.42의 평균자책점, 덩달아 부하가 걸리고 있는 불펜 평균자책점은 5.61로 모두 리그 최하위다. 올 시즌 유독 도드라지고 있는 타고투저의 양상에서 얻어터지는 경기가 많아졌다. 전체 성적이 6위에 처져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비난의 화살은 주로 불펜에 쏠리고 있다.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있고, 쫓아가야 할 상황에서 점수를 내주며 김이 빠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 불펜은 추격조는 물론 필승조의 표면적인 성적도 좋지 않은 편이다. 박정배(평균자책점 4.40) 윤길현(4.67) 진해수(7.65)의 평균자책점은 모두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러나 정작 SK 내부에서는 불펜에 뭐라 말을 못한다. 악조건 속에서도 분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올 시즌 선발진이 기대에 못 미침에 따라 불펜의 소화이닝이 많은 편이다. 25일까지 총 152⅓이닝을 던져 리그 평균(150⅓이닝)보다 더 많이 던졌다. 선발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려고 하는 이만수 감독의 성향을 생각하면 의외라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불펜 투수들이 동원될 만한 상황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고 있는 경기는 물론, 뒤진 경기에서도 점수차가 크지 않아 마지막 희망을 붙잡기 위해 필승조가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돌발상황이 많았다는 것도 기억할 만하다. 세 번이나 선발투수가 경기 극초반에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윤희상이 부상으로 두 차례 1회에, 고효준이 부진으로 한 차례 2회 조기강판됐다. 불펜 요원들로서는 날벼락이었다. 불펜이 한 경기에서 8이닝을 소화하면 뒤쪽 일정에 주는 타격이 만만치 않았다. 3연전 전체 일정이 다 꼬이기도 하고 일주일이 끝나면 체력이 방전되는 경우도 잦았다.
실제 전체 출전 부문에서 SK 불펜 투수들은 대다수 상위권에 올라 있다. 28경기에 나선 진해수가 공동 1위, 26경기에 나선 박정배는 3위, 22경기에 나선 전유수는 공동 7위, 20경기에 나선 윤길현은 공동 15위다. 많은 선수들이 동원되다보니 휴식일 일정에 걸려 필승조와 추격조의 개념이 무너지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휴식을 취하며 구위를 점검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나 SK 불펜 투수들은 그런 어려운 와중에서도 묵묵히 자신들의 몫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 LG와의 3연전이 그랬다. 표면적으로는 잘 친 타자들이 일등공신이었지만 불펜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위닝시리즈였다. 첫 날이었던 23일에는 선발 고효준이 부진 끝에 1이닝 만에 내려갔다. 콜드게임 제도가 없는 이상 누군가는 나서 나머지 8이닝을 던져야 했다. 총동원령이 떨어졌다. 전유수(3이닝) 진해수(1이닝) 윤길현(1이닝) 박정배(2이닝) 이창욱(⅔이닝) 임경완(⅓이닝)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어렵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24일에는 선발 김광현이 이어 박정배(⅔이닝)와 박희수(1이닝)가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잠재우며 승리를 챙겼다. 25일에도 선발 채병룡이 부진 끝에 5이닝 6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지칠 대로 지친 불펜이 마지막 힘을 짜낸 끝에 이겼다. 진해수(2이닝) 윤길현(⅔이닝) 박희수(1⅓이닝)가 LG 타선을 봉쇄하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빛이 나지는 않지만 값지면서도 결정적인 활약이었다.
불펜 운영에 고민을 안고 있는 이만수 감독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 감독은 “중간투수들이라고 해서 왜 선발을 안 하고 싶겠나”라면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하는 중간투수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한다. 힘든 상황이지만 자신이 길게 던지지 못하면 동료들이 더 던져야 한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발휘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비록 성적은 좋지 않지만 이런 숨은 희생은 주목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이런 선수들이 있기에 팀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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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수-박정배-윤길현-진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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