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실력과 팀 분위기를 이끄는 능력 모두 겸비했다. 어느덧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38, 삼성)이 그 주인공이다.
이승엽은 25일 현재 타율 3할1푼3리(160타수 50안타) 8홈런 30타점 21득점 1도루로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뽐냈다. 9개 구단 6번 타자 가운데 가장 위협적이다. 이름 석 자가 주는 중압감 뿐만 아니라 찬스마다 한 방을 터트리며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기 때문.
그리고 이승엽은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 약하다'는 야구계의 속설을 비웃듯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무려 3할7푼5리에 이른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25일 넥센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이승엽이 6번 타자로서 아주 잘 해주고 있다"고 박수를 보낸 뒤 "이승엽은 6번에 고정시킬 것"이라고 못박았다. 4번 타자 같은 6번 타자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기에.
이승엽 또한 "예전처럼 펑펑 칠 수 없기 때문에 타순을 조정하는 게 내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감독님께서도 똑같은 생각을 하셔서 6번 타자로서 부담없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승엽은 '5월의 사나이'답게 고감도 타격을 과시 중이다. 이번달 21경기를 통해 타율 3할1푼3리(80타수 25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또한 5개의 아치를 쏘아 올리며 본격적인 대포 가동에 나섰다.
24일 대구 넥센전에서도 그의 진가는 빛났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3회 125m 짜리 우월 3점 아치를 쏘아 올리는 등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1득점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급성 심근경색 증세로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승엽의 홈런 소식을 듣고 일시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고 한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6번 이승엽이 잘쳐주면 우리 팀은 좋은 성적을 낸다"고 그의 활약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실력 뿐만 아니다. 1군 선수 가운데 맏형인 그는 후배들에게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은 정말 열심히 한다. '내가 이승엽인데' 하는 생각에 변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게 없다. 항상 먼저 나와서 준비한다"며 "선배들이 열심히 하니 후배들이 안 할 수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이승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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