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쿠' 구자철(25, 마인츠)이 아픔을 딛고 생애 첫 꿈의 무대를 노크하고 있다.
구자철에게 2010년은 잊고 싶은 해다. 허정무 감독의 눈에 띄어 남아공월드컵 26인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꿈의 무대를 눈앞에 두고 짐을 싸야 했다. 최종전지훈련서 치열한 경쟁 끝에 낙마했다.
당시 구자철은 '절친' 기성용(25, 선덜랜드)과 포지션이 겹쳤다. 그의 짝 김정우의 입지도 탄탄했다. 여기에 베테랑 김남일도 중원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었다. 구자철의 자리는 없었다.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절치부심했다. 4년이 흘렀다. 21살의 어린 나이에 잊지 못할 아픔을 겪었던 청년은 이제 어엿한 월드컵 대표팀의 캡틴이 되어 돌아왔다. 홍명보 감독은 구자철의 팔에 주장 완장을 휘감았다.
4년 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구자철은 지난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서 5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A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다. 중앙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공격과 측면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구자철은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 신화의 주역이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2012 런던올림픽 무대를 누볐다. 홍명보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박주영과 정성룡이 아닌 구자철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각별한 믿음이었다.
구자철도 보답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단을 이끌며 동메달 획득에 일등공신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일본과 동메달결정전서 1-0으로 살얼음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 11분 천금 쐐기골을 터트리며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꿈의 무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무대는 2014 브라질월드컵이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구자철의 팔에 주장 완장을 채웠다. 구자철은 "운동장에서 내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신 팀을 대표해 뭔가 해야할 때 보다 책임감 있게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면서 결의를 내비쳤다.
월드컵 탈락에서 주장 완장까지, 4년 새 무럭무럭 성장한 구자철의 첫 월드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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