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강민호와 타자 강민호, 어떻게 봐야 할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5.27 06: 03

역대 최고액 FA 선수인 강민호(29,롯데 자이언츠)를 놓고 설왕설래가 뜨겁다. 표면적인 이유는 강민호의 부진한 타격성적 때문이다. 작년 4년 총액 75억원에 사인한 강민호가 기대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비만 놓고 본다면 전혀 흠잡을 곳이 없는 리그 최고의 '포수'임에는 틀림없다. 포수 강민호와 타자 강민호, 어떻게 봐야 할까.
▲ 리그 최고의 포도대장 강민호
현재 강민호는 44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딱 1경기만 결장했을 뿐이다. 또한 포수로 마스크를 쓴 수비이닝은 328이닝으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주전마스크를 쓴 2004년 이후 포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단연 강민호다. 2009년 팔꿈치 수술로 83경기만 출전했을 뿐이고 나머지 해는 모두 100경기 이상 소화한 '강철왕'이었다.

단순히 수비이닝만 많은 게 아니다. 국가대표 주전포수다운 수비실력도 갖추고 있다. 강민호의 도루저지는 11번으로 리그 3위. 김민수(한화)가 16번, 양의지(두산)가 12번으로 강민호보다 앞서 있다. 하지만 도루저지율을 보면 강민호가 3할9푼3리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강민호가 포수마스크를 썼을 때 상대팀에서는 도루 자체를 삼간다. 그만큼 강민호는 최고의 주자억제력을 가진 포수다.
지난 주말 KIA와 가진 3연전에서도 강민호의 어깨가 빛났다.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최고의 주자인 이대형을 모두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24일 경기에서 이대형의 도루를 저지한 뒤 강민호는 농담 삼아 "대형이 형이 내일도 뛰면 또 잡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정말로 이대형을 이틀 연속 잡았다.
실수 역시 적은 포수다. 올해 강민호의 실책은 단 1개, 200이닝 이상 소화한 포수 가운데 가장 적다. 투수리드는 결과론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정확히 수치화해서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지만, 롯데 투수들은 모두 강민호의 엄지를 치켜세운다. 강민호는 "아무래도 한 팀에 오래 있으면서 계속해서 호흡을 맞춘 덕분인 것 같다"라고 말한다.
▲ 5월 무홈런, 장타마저 안 터진다
그렇지만 타자 강민호는 보여준 것보다 보여줘야 할 것이 더 많다. 시즌 타율 2할2푼5리, 홈런 6개에 15타점을 기록 중이다. 삼진아웃은 48개로 리그 1위, 득점권타율은 9푼4리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가장 낮다.
시즌 초반에는 타율이 높지 않아도 장타가 있어서 생산력이 떨어지는 타자는 아니었다. 3월 31일 사직 한화전에서는 홈런 2방을 터트렸고, 4월에도 홈런 4개를 쳤다. 타점은 많이 안 나왔지만 하위타선에서 장타를 꾸준히 날리면서 상대 투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타자였다.
하지만 5월 들어서는 홈런마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달 월간타율은 2할2푼, 홈런이 없고 타점도 4점뿐이다. 한 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면 선구안은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4월 볼넷 5개를 얻을 동안에 삼진 27개를 당했던 강민호는 5월 들어 볼넷 10개, 삼진 18개로 좋아졌다. 원래 삼진과 홈런이 많은 타자였던 강민호는 볼넷 60개로 최다를 기록한 작년을 기점으로 선구안도 차츰 좋아지고 있다. 일단 선구안이 돌아온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강민호 역시 좀처럼 터지지 않는 방망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낙천적이고 힘든 내색을 좀처럼 하지 않는 선수라 경기 전에도 항상 웃는 얼굴로 훈련을 소화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수비만 놓고 본다면 강민호는 리그 최고의 포수다. 타자 강민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포수 강민호와 타자 강민호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롯데가 그를 역대 최고액 FA 선수로 만들어 준 건 지난 시간들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 많은 선수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아직 프로야구는 3분의 1밖에 하지 않았고, 강민호에게는 명예회복을 할 시간이 얼마든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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