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된 박은선(28, 서울시청)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2014 AFC 아시안컵을 마친 여자 축구대표팀이 지난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6골로 대회 득점왕에 오른 박은선의 얼굴엔 두 가지 상반된 표정이 엿보였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감이 공존했다.
박은선은 중국과 대회 3-4위전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전반 3분 만에 통한의 자책골을 기록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로 걷어낸다는 것이 한국의 골문 안으로 향하는 불운으로 이어졌다. 박은선은 후반 중반 머리로 유영아의 동점골을 도우며 악몽을 지우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위치선정 미스로 결승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박은선은 "자책골은 생각도 못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당시 멘붕(멘탈붕괴)이 왔다. 동생들이 너무 힘들 것 같아 빨리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면서 "영아가 동점골을 만들어 줘 정말 기분이 좋았다. 영아에게 정말 고마웠다. 하지만 결과가 아쉬워서 동생들과 팀에 너무 미안하다"고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을 더듬었다.
박은선에게 이번 대회는 각별했다. 지난 2005년 8월 동아시아연맹 선수권 이후 약 9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성별 논란'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딛고 나선 무대였다. 상대의 집중견제 속에 보란 듯이 득점왕을 차지하며 부활했다. "처음에 적응을 못해서 어려웠다"는 박은선은 "동생들, 언니들, 코칭스태프 모두가 도와줘 적응할 수 있었다. 다음에 대표팀에 뽑힌다면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많은 것을 배운 무대였다. 박은선은 "대표팀에 괜찮은 선수가 정말 많다. 많이 배우고 도움도 많이 됐다"면서 "리그로 돌아가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 다음에 또 대표팀에 뽑힌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스스로 해보려고 하는 게 많았는데 개인이 아닌 팀으로 축구하는 것을 배웠다. 공격 스타일도 달랐는데 많이 배웠다"고 미소를 지었다.
뚜렷한 목표도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4위에 오르며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진출권을 확보했다. 지난 2003년 이후 12년 만에 꿈의 무대를 노크한다. 박은선은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 기분이 좋다. 목표한 한 가지를 이뤘다"며 "월드컵을 대비하는 데 있어 많은 것을 얻었다"고 꿈의 무대를 앞두고 달뜬 표정을 지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층 성숙된 박은선의 꿈이 영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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