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엇박자에 시달리는 것인가.
양상문 감독 부임 후 5승 4패, 분명 나쁘지 않았다. 혼란 속에서 추락을 거듭하던 팀이 정돈됐고, 어쨌든 이기는 경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돌아보면 선발진에 아쉬움이 남는다. 타선과 수비, 불펜은 향상됐으나, 믿었던 선발투수가 흔들리며 놓친 경기가 나왔다. LG가 진정한 상승세를 타기 위해선 좌우 원투펀치 에버렛 티포드와 류제국이 자기 자리를 찾아야한다.
양 감독은 지난 15일 잠실 롯데전 후 4일 휴식을 통해 선발 로테이션을 재편했다. 티포드를 첫 번째에 배치, 20일 광주 KIA전과 25일 문학 SK전에 넣었다. 1선발 에이스로서 일주일 2회 선발 등판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티포드는 13일 잠실 롯데전서 6이닝 무실점으로 양 감독에게 LG 감독 데뷔전 승리를 안겼다. 이때까지 평균자책점도 2.08, LG 선발투수 중 가장 좋았다. 한국무대서 4일 휴식 후 등판은 처음이었지만, 충분히 시도할만했다.

그런데 티포드는 다음 두 경기서 연속으로 자신의 최소 이닝 기록을 경신하며 무너졌다. KIA를 상대로 4⅓이닝만 투구하며 5실점(4자책), SK전에선 3⅓이닝 7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했다. 특히 SK전에선 볼넷만 7개를 범하며 자멸했다. 물론 구심의 좁고 명확치 못한 스트라이크존 영향도 없지 않았겠으나, 분명 에이스다운 투구는 아니었다. 경기 직전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투수다. 그만큼 제구가 좋다”고 한 양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
지난 두 경기서 티포드와 선발 대결을 벌인 김진우가 5⅔이닝 4실점, 채병용이 5이닝 6실점한 것을 돌아보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티포드가 퀄리티스타트 수준의 투구를 했다면, LG는 KIA와 3연전을 스윕, SK와 3연전에선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했을지도 모른다. 영입 당시 1선발 에이스투수란 기대를 받았으나 최근 티포드의 모습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만 놓고 보면, 오히려 첫 한국무대 등판이었던 4월 12일 잠실 NC전이 가장 높았다.
류제국은 비록 고대하던 첫 승을 따냈으나 내용이 좋지 않았다. 지난 23일 문학 SK전에서 5이닝 6실점했으나 타선의 지원을 받아 승리투수가 됐다. 3, 4회는 2이닝 연속 삼자범퇴에 5타자 연속 탈삼진의 괴력을 보였다. 하지만 1, 2회와 5회에는 장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구위는 꾸준히 좋아지고 있으나 지독한 기복이 류제국을 괴롭히고 있다.
양 감독은 4일 휴식 후 류제국을 4번째 선발투수, 즉 상위 선발진에 배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제국이에게 좀 더 휴식을 주려고 했다. 시간적 여유를 통해 자리를 찾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어쨌든 류제국은 9경기 만에 선발승에 성공, 지금까지 부진에서 탈출할 계기는 마련했다. 그래도 경기 내용을 보면 양 감독의 의도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삼성·넥센과 맞붙는 이번 주에는 우규민이 2번 선발 등판한다. 우규민은 지난해 삼성을 상대로 2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89, 넥센전에선 1승 2패 평균자책점 3.12로 호투했다. 티포드 카드와 달리 우규민 카드가 성공할 경우, LG는 상위팀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바라볼 수 있다. 참고로 LG는 올 시즌 아직 1위부터 4위에 사이에 자리한 팀과의 3연전을 가져간 적이 없다. 양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으로 제구력이 향상된 코리 리오단, 지난 24일 문학 SK전에서 양 감독에게 만족을 안긴 임정우가 지난주의 모습을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
한편 LG는 이번 주 삼성·넥센과의 시리즈가 끝나면, 다시 4일 휴식에 들어간다. 양 감독은 지난 25일 문학 SK전에 앞서 “넥센과 3연전까지 선발투수들이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휴식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선발진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LG에 있어 오는 6월 6일부터 휴식기 없이 치러지는 30경기는 마지막 기회다. 양 감독은 30경기서 가장 많이 이길 수 있게 선발진 순서를 다시 조정할 확률이 높다. 물론 2차 선발진 재편 기준은 이번 주 6경기까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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