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배우 이종석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팔색조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해맑은 얼굴로 장난을 치다가도 수술방에 들어가면 ‘버럭’ 카리스마 넘치고, 복수에 눈을 이글거리면서도 첫 사랑 앞에선 한없이 애틋해지는 다양한 얼굴을 연기하며 자신의 배역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닥터이방인' 7회에는 지울 수 없는 과거의 상처에 아파하는 박훈(이종석 분)이 환자를 살리며 치유받고, 더욱 믿음직한 의사로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훈은 아버지의 절친이었던 최병철(남명렬 분)을 통해 부친 박철(김상중 분)이 북한으로 가게 된 이유를 알게 됐다. 박훈을 찾아온 최병철은 과거 박철이 명우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장을 건넨 후, 그 소송을 막기 위해 오준규(전국환 분)와 장석주(천호진 분)가 협력해 박철 부자를 북한으로 보냈음을 고백했다.

이에 박훈은 “의사로서 환자를 살리러 간 아버지를 당신들이 이용하고 헌신짝처럼 버린 거다. 그렇게 버려진 우리가 그 이상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아느냐”고 원망하며 생체실험까지 투입됐던 과거를 괴로운 듯 토해냈다. 그러면서 박훈은 아버지의 유품을 껴안은 뒤 처연하게 오열해 연민을 자아냈다.
이후 장석주의 심장수술을 위해 한재준(박해진 분)과 경쟁관계에 놓였음을 알게 된 박훈은 불같이 화내며 경쟁 포기를 선언했다. 수술만 성공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박훈은 이를 깨끗하게 포기했다.
이런 박훈을 움직인 것은 돈도, 명예도, 복수도 아닌 환자였다. 심장이 멎은 신생아에게 입으로 숨을 불어넣은 박훈은 자신이 살린 산모와 쌍둥이가 병원비를 내지 못해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수술비를 조건으로 경쟁에 돌입해 극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극 중 천재의사 박훈으로 분하고 있는 이종석은 장난기 가득한 눈과 능글맞은 태도로 세 여자(진세연, 강소라, 보라)를 쥐략펴락하면서도, 생체실험까지 자행하며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괴로움을 절절히 토해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종석이 지난 2010년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로 데뷔한 모델 출신의 배우라는 점을 고려하면 4년만에 거둔 성과와 성장은 더욱 고무적이다. 유려한 외모와 함께 연기력으로 무장한 이종석은 전작 ‘학교2013’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어 '닥터 이방인'에서까지 호평 받으며 출구 없는 대세 배우임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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