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조쉬 베켓(34)과 뉴욕 메츠 마쓰자카 다이스케(34)는 한 때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특급`투수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원투펀치를 이루며 월드시리즈 우승도 함께 했다.
2007년 베켓은 리그 최다 20승을 올렸고, 마쓰자카도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부터 15승을 수확하며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듬해 2008년에는 마쓰자카가 18승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베켓이 12승으로 뒷받침하며 30승을 합작했다. 그러나 두 투수의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들에게는 고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베켓은 2008년 12승, 2009년 17승, 2011년 11승으로 꾸준히 두 자릿수 승수 올렸으나 조금씩 하향세를 보였다. 2012년 8월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로 옮겼다. 경기 중 클럽하우스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은 이른바 '치맥' 사건으로 인한 괘씸죄도 있었다. 다저스에서도 지난해 사타구니·손가락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불운을 겪었다. 모두가 그의 영광은 끝이라고 봤다.

마쓰자카의 영광은 더 짧았다. 2007~2008년 이후로는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지 못했다. 어깨·팔꿈치·목 부상이 차례로 찾아오며 로스터를 비우는 날짜가 점점 많아졌다. 2011년 6월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고, 복귀 후에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2012년 시즌을 마친 뒤 보스턴에서 방출돼 마이너 계약으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메츠를 거쳤다. 모두가 '일본으로 돌아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렇게 더 이상 영광은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두 베테랑 투수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2014년 재기 스토리를 쓰고 있다. 베켓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역대 283번째이자 시즌 1호 노히트노런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누렸고, 마쓰자카는 시즌 첫 선발등판에서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베켓은 올해 9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43으로 전성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전성기 만큼 강속구를 던지지 못하지만 커브의 비율을 늘리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이 좋아졌다. 노히트노런 후 그는 "약간의 행운과 믿음직한 수비수들 덕분이다"며 "내가 노히터가 될 줄은 몰랐다. 그동안 많은 것을 이겨온 결과"라는 말로 감격을 나타냈다.
올해 마이너에서 시작해 빅리그 콜업 후 구원으로 활약 중인 마쓰자카는 15경기 2승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2.33으로 수준급 성적을 내고 있다. 2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시즌 첫 선발로 나와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돼 242일 만에 선발승을 올렸다. 그는 "신인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았다"며 "선발은 1경기 뿐이지만 확실한 성적을 내고 싶었다"고 했다. 테리 콜린스 메츠 감독은 "마쓰자카는 중간계투로 가치가 높다. 선발 기용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쓰자카도 "3일 후 다시 불펜에 들어갈 것"이라고 담담히 받아들였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내려온 이후 다시 오르는 것이라고 한다. 베켓과 마쓰자카의 재기는 그래서 더 아름답다. 30대 중반의 나이, 그들은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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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