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전을 치른 러시아에서 내분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 첫 상대인 러시아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페트로프스키 스타디움서 끝난 슬로바키아와 평가전서 후반 37분 알렉산더 케르자코프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후반 29분 투입된 케르자코프(32, 제니트)는 결승골을 터트려 러시아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내용은 최악이었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이날 어린 선수들을 점검했다. 또 후반에 총 6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전술을 시험했다. 알렉산드르 코코린, 알란 자고예프, 이고르 데니소프, 빅토르 파이줄린 등 주축 선수들이 선발 출격한 가운데 베테랑 공격수 케르자코프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이것이 케르자코프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 모양이다.

러시아 매체 ‘풋볼 스포르트 익스프레스’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경기 후 수훈선수로 꼽힌 케르자코프는 “우리는 전반전에 느린 축구를 했다. 카펠로 감독의 전술은 실패했다”고 꼬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케르자코프의 인터뷰를 전해들은 카펠로 감독은 “케르자코프가 언제 어디서 우리가 못했다고 했느냐”면서 리포터를 몰아세웠다고 한다. 카펠로는 “우리가 못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빠르게 공수를 전환하기보다 패스를 좀 더 많이 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카펠로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경기였다. 우리가 보여준 공격성과 집중력은 월드컵에 어울렸다. 부상자가 없다는 것에 기쁘다. 지난 주부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을 육체적으로 준비를 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보니 선수들이 다소 지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을 지나치게 교체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친선전이었다. 6명을 교체할 수 있으니 젊은 선수들을 시험해봤다. 왜 실험을 해보면 안 되는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러시아의 전력은 우리가 얼마든지 해볼 만한 상대였다. 여기에 에이스 케르자코프와 카펠로 감독의 궁합이 맞지 않으니 홍명보호가 파고들 틈은 더 넓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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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케르자코프 / ⓒ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