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 이선균, 요란하지 않으면서 힘이 있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5.27 16: 10

영화 '끝까지 간다'(김성훈 감독, 29일 개봉)는 영리하게 잘 짜여진 영화적 재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기에 더해 배우 이선균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자신이 실수로 저지른 교통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의 등장으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면서 위기에 몰리게 되는 형사 고건수(이선균)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잔뜩 짜증난 표정의 얼굴로 첫 등장하는 이선균은 그 시작에서부터 서서히 관객들을 스크린에 스며들게 만들고, 마치 살고 죽기를 반복하는 듯한 고건수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이선균 특유의 울림있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상황에 따라 변주된다.

극 중 고건수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건들 속 점차 궁지로 몰리게 되는데, '스크린 데일리(Screen Daily)'가 짚은 바 있듯, 사실 도덕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없음에도 호감을 일으키고 관객을 자신의 편에 서게 만든다. 이는 이선균 본인이 가진 이미지와 배우로서 관객에게 쌓은 신뢰도, 그리고 캐릭터 소화력에 따른 것이다.
시체를 발각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용을 쓰는 장면은 무서움보다는 코믹함을 안긴다. 장례식장에서 시체를 은폐해야 하는 고건수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고, 매 순간 손에 땀을 쥐게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순간 순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코믹함은 땀을 비오듯이 쏟으며 상황을 수습하려고 하는 고건수의 무거운 상황에서 블랙 코미디 요소로 작용하는 정도다. 사실 실제 고건수가 맞딱뜨리는 상황들은 공포 그 자체인데, 시체 은닉 이후 받게 되는 협박, 그 이후 나타나는 전에 본적 없는 절대 카리스마의 악당 등이 그렇다.
이 과정에서 고건수로 분한 이선균은 밀도 있는 연기력으로 각 상황에 진정성을 입힌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예측 불가로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때로는 억울함에 흥분하고 때로는 압박감에 뒷걸음질치며, 또 때로는 절절한 부성애도 선보인다.
이런 스토리 라인을 이끌면서 이선균은, 참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힘 있는 배우라는 느낌을 준다. 온 몸을 던진 액션 연기, 특히 보는 이를 아찔하게 만드는 아파트 외벽 타기 연기 등에서는 에너지가 넘치고 무겁게 다가오는 심리적 압박감은 진지한 내면 연기로 소화해냈다.
이선균의 가장 큰 강점은 '균형'이다. 이런 모든 감정과 상황이 오버스럽지 않고 '진짜'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른바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실제감을 자랑하는 생활 연기를 통해 다져진 능력인 듯 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적절히 유머러스한 포인트가 있고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인물. 고건수는 이선균이다. 이런 고건수가 있기에 다소 판타지적인 악당 박창민의 캐릭터도 살아난다. 
그 동안 많은 작품의 주연을 맡아왔던 그이지만 이번 만큼은 "내가 너무 많이 나와" 더욱 부담이 됐다는 그는 영화의 옆으로 새지 않는 한 방향의 극적 재미를 뚝심있게 표현해냈다. 고건수의 예측불허 고군분투 스토리는 충분히 사람을 들었다 놨다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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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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