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와 발' 서건창, SK 흔든 일등공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27 21: 46

얼핏 보면 홈런이 모든 것을 갈라놓은 경기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소금 같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다. 서건창(25, 넥센)이 타격은 물론 기민한 주루 플레이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서건창은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1번 2루수로 출전해 5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기록 이외에 숨은 공로도 있었다. 경기 중간 중간 번뜩이는 플레이를 펼치며 5연패 침체에 빠진 팀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공·수·주에서 공헌도가 컸다.
1회부터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갔다. 중견수 방향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상대 중견수 김강민이 가까스로 잡아냈을 정도로 타구가 생각보다 멀리 뻗어나갔다. 그러나 아쉬움은 곧 지워졌다. 0-0으로 맞선 3회 2사 2루에서 상대 선발 레이예스를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겨 담장을 맞히는 큰 3루타를 때려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됐다. 2사에서 아웃이 됐다면 흐름이 끊길 수도 있었지만 서건창이 승리를 향해 큰 줄기를 만든 셈이 됐다.

팀이 3-0으로 맞선 5회에는 발로 팀에 득점을 선물했다. 사실 3점차는 최근 SK 타선의 상승세를 고려했을 때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은 점수였다. 하지만 서건창이 출루하며 SK의 내야를 뒤흔든 덕에 연쇄효과가 일어났다. 선두타자로 나선 서건창은 투수와 2루수 사이로 구르는 내야땅볼을 쳤다. 레이예스가 이를 놓쳤고 나주환마저 공을 뒤로 흘렸다.
그 사이 1루 베이스를 밟은 서건창은 상대의 백업 플레이가 늦은 것을 간파하고 곧바로 2루까지 내달렸다. 실책성 플레이지만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아 2루수 앞 2루타라는 진기한 기록이 만들어졌다. 이택근의 타석 때도 주루 플레이가 빛났다. 무사 2루에서 번트 사인이 났는데 이택근이 번트를 대지 못했다. 이미 스타트를 끊은 서건창이 궁지에 몰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건창은 이재원이 2루로 송구하는 것을 빠르게 인지하고 망설임 없이 3루를 향해 뛰었다. 결국 여유 있게 살았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맞바꾸는 일 없이 진루타를 스스로 만든 셈이 됐다. 이는 마운드의 조조 레이예스를 흔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여파를 이기지 못한 레이예스는 이택근에게 2루타를 허용한 것에 이어 박병호 강정호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7-3으로 쫓긴 8회에는 쐐기타를 쳤다. 6회 잘 맞은 타구가 투수 임경완의 글러브에 쏙 들어가는 불운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서건창은 1사 1,2루에서 SK 세 번째 투수 고효준을 상대로 우중간 방면 2루타를 쳐 SK 추격 의지를 잠재웠다. 역시 흐름을 이어가는 중요한 안타였고 결국 넥센은 이택근의 2타점 적시타가 연이어 나오며 사실상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서건창의 방망이와 발이 승리의 디딤돌을 놓은 경기였다.
서건창은 경기 후 "리드오프라고 해서 공을 보려고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는 과정에서 공을 보고 있다. 타격코치님도 많이 강조하신다"라고 설명한 뒤 "집중하는 것밖에는 다른 비결이 없는 것 같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나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베이스러닝에 대해서는 "매번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니니 눈에 드러나지 않는, 한 베이스 더 가는 베이스러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고 사이클링히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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