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3연승의 희망을 품었던 SK였지만 그 뜻을 이루기에는 세밀함이 떨어졌다. 먼저 도망갈 수 있는 찬스를 놓쳤고 상대를 붙잡을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SK는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5-10으로 졌다. 표면적으로는 5이닝 동안 홈런 세 개를 맞고 7실점하며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한 선발 조조 레이예스의 부진이 뼈아팠다. 하지만 그 이전에 몇 차례 플레이에서 미숙한 모습을 드러내며 기세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도 패인이었다. 작전수행에서 완벽하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SK는 상대 선발 앤디 밴헤켄을 상대로 먼저 기회를 잡았다. 0-0이었던 2회 선두타자 이재원이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밴헤켄이 상대 에이스임을 고려하면 선취점이 중요했던 상황. 볼 카운트 1B-1S 상황에서 결국 나주환에게 희생번트 사인이 떨어졌다. 그러나 나주환의 번트가 포수 바로 앞에 떨어지며 병살타가 됐다. 나주환과 SK 벤치가 파울이라고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3회에도 기회가 있었다. 역시 선두 박정권이 볼넷으로 나갔다. 다음 타자 안정광은 초구가 볼로 들어오자 흘려보냈다. 2구는 헛스윙. 3구째 작전이 걸렸는데 안정광이 헛스윙하면서 2루를 향해 뛰던 박정권이 런다운에 걸린 끝에 횡사했다. 또 한 번 주자를 2루에 보낼 기회를 놓치는 순간이었다. 득점권에 주자를 놓고 밴헤켄을 압박한다는 전략이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0-3으로 뒤진 5회에는 수비가 아쉬웠다. 선두 서건창이 2루수 방면 땅볼을 쳤다. 투수 레이예스가 잡지 못하면 발 빠른 서건창이 1루에서 사는 상황이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2루수 나주환이 이를 뒤로 흘렸다. 유격수 김성현이나 우익수 조동화가 백업을 들어오기에는 거리가 있었던 상황이었고 이 상황을 간파한 서건창이 2루를 향해 뛰어 살았다.
이어진 상황에서도 이택근의 희생번트가 실패했을 때 2루와 3루 사이에 서 있던 서건창을 잡기 위해 이재원이 2루로 송구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잘못된 선택이 됐다. 2루 송구를 본 서건창이 3루를 향해 내달렸고 비교적 여유있게 살았다. 5회에 SK 수비진 전체가 서건창의 발에 휘둘린 셈이 됐다. SK는 0-7로 뒤진 경기 중반부터 1점씩 따라가며 3-7까지 따라붙었으나 8회 3점을 내주고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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