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전지현, 별에서 머물다가 진짜 배우 되기까지 [제50회 백상예술대상]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5.28 06: 53

무려 12년 만이다. 주요 시상식에서 연기 부문으로 상을 거머쥔 것이 2002년 ‘엽기적인 그녀’로 대종상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실로 오랜 만이다. 배우 전지현이 제 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대상을 차지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아닌 배우의 길에서 한걸음씩 걷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지현은 지난 27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 5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TV 부문 대상과 베스트 스타일상을 수상했다. 올해 초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톱스타 천송이를 연기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었던 그는 영화 부문 대상인 송강호와 함께 최고의 영광을 누렸다.
전지현은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한 후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청순한 외모와 대비되는 코믹 연기로 흥행 신화를 썼고, 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후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에 실패하고 스캔들이 끊이지 않으며 배우라기보다는 멀리 별에 있는 스타 전지현에 가까웠다.

그가 다시 연기자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영화 ‘도둑들’에서 거친 말투와 망가지는 연기를 하면서부터다. 공교롭게도 결혼 후 선택한 작품에서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한 전지현은 ‘베를린’에서 또 한번 기대 이상한 섬세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이어 출연한 ‘별에서 온 그대’에서 거침 없이 망가지며 드라마 신드롬의 중심에 있었다. 그가 착용하는 패션 아이템이 큰 인기를 누리고 착착 감기는 대사가 곧 유행어가 됐다. 물오른 연기로 코믹과 멜로를 오가며 ‘유부녀 배우 전성시대’의 선두주자로 각광받게 됐다. 아직도 그의 연기에 대한 호평과 혹평은 갈리지만, ‘연기 좀 하는 배우’로 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분명했다.
덕분에 전지현은 1999년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을 통해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후 15년 만에 백상 트로피를 챙기게 됐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 이후 10년간 작품에서 흥행 참패를 기록하면서도 작품을 쉬지 않았던 그가 상으로 보답 받는 순간이었다.
전지현이라는 배우 본인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전지현은 배우로서 연기를 인정받는 순간이 많지는 않았다. 무명 없이 단숨에 스타 자리에 올랐고, 파괴력을 갖춘 스타성을 데뷔 이래 유지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지울 수 없는 장면이 연기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로 10년 넘게 회자되는 ‘엽기적인 그녀’ 속 장면들이다.
이 같은 대중적인 높은 인지도와 상품성은 배우 전지현에 대한 평가가 냉정하다 못해 야박한 요인이 없지 않게 만들었다. 때문에 그가 결혼 후 작품을 쉬지 않고 하고 1999년 ‘해피투게더’ 이후 1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해 연기력과 함께 큰 인기까지 챙긴 지금 이 순간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배우 본인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일 테고, 대중에게는 배우 전지현을 다시 보게 만드는 기억이 될 터이다.
전지현은 대상 수상 후 함께 연기를 했던 김수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낸 후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과 이게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작업을 한다”면서 “멈춰있던 심장도 뛰는 것 같고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하다. 이 상을 받고 나니까 현장에서 뛰었던 심장 박동수가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고 생각이 들어 보람차다”고 배우로서의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연기를 통해 대중과 호흡했으며, 그래서 별에서 내려올 수 있었던 전지현의 연기 인생 2막이 이제 막 시작됐다.
jmpyo@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