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이 선다! 양상문 LG 무엇이 달라졌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5.28 06: 20

양상문 감독의 LG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10경기를 치른 가운데 그라운드에서, 그리고 덕아웃에서 LG의 변화가 나타난다.
취임 직후부터 “한 걸음씩 가겠다”고 다짐한 양 감독의 LG는 6승 4패, 승률 6할로 가능성을 비췄다. 팀 밸런스가 완벽하다고 하기는 힘들어도, 이전보다는 안정세를 찾았다. 대량득점·대량실점 난타전과 연장전이 자취를 감췄으며, 블론 세이브도 사라졌다. 점점 계산이 서는 야구,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팀플레이 야구가 되고 있다. 지난 10경기를 토대로 양 감독의 LG가 걸어갈 길을 전망해본다.
▲폭넓은 기용-만년 벤치멤버 없다

양 감독은 지난 23일 “선수단 운용의 폭은 넓게 한다. 주전과 후보가 나누어져 있지만, 후보도 전체 일정의 3분의1은 선발로 출장한다. 벤치에만 앉아 있으면 안 좋다. 모두가 팀의 일원인 것을 인지하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 감독의 말처럼 LG 야수진 전체가 한 번 이상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올 시즌 1군무대서 외야수로만 나섰던 백창수는 지난 21일 광주 KIA전서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27일 잠실 삼성전서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채은성은 콜업과 동시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라인업에 들어갔다. 일주일 6경기 중 1경기 혹은 2경기 정도는 신예선수의 선발출장이 꾸준할 듯하다.
이와 동시에 주축 선수들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양 감독은 지난 25일 개막 후 대부분 경기에 선발 출장했던 조쉬 벨을 두고 “앞으로 일주일에 1, 2경기 정도는 쉬게 해줄까 생각하고 있다. 체력 세이브를 하면서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체력이 떨어지면 배트스피드도 떨어지게 되어있다. 관리해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야수진 최고참 이병규(9번)를 1군 엔트리서 제외시킨 것 또한 “최근 병규가 이틀 뛰면 아프고 하루 쉬면 낫는 게 반복됐다. 이러다가는 치료기간이 오히려 길어질 수 있으니까 아예 2, 3주 시간을 뒀다. 의학적으로도 2, 3주면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고 이병규를 완벽한 몸 상태서 기용할 것을 강조했다.
이렇게 양 감독은 모든 야수들의 수비 포지션을 정해놓고 야수진을 무궁무진하게 조화시키려고 한다. 채은성에게는 이미 코너 내야와 외야를 맡도록 했다. 실제로 채은성은 27일 데뷔전을 마친 후 유지현 수비코치와 함께 외야 훈련에 임했다. 1군 출장이 전무했던 채은성이 밤 경기 라이트에 빨리 적응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전임 김기태 감독 때도 그랬지만, 지명타자 자리에만 박혀 있는 선수는 보기 힘들 듯하다. 향후 LG는 9개 구단 중 가장 다양하게 선발 라인업을 구상하는 팀이 될 것이다.
▲빠른 피드백-정체는 없다
국가대표팀 투수, 국가대표팀 투수코치 출신답게 양 감독은 투수들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변화에 인색한 외국인투수들과도 대화를 나누며 발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양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코리 리오단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상체를 이용한 턴 동작이 큰 리오단이 제구를 다잡을 수 있도록 투구폼 부분 수정을 요구했다. 리오단은 바로 다음 1군 경기서 퀄리티스타트로 선발승을 달성했다.
에버렛 티포드도 이러한 과정에 있다. 양 감독은 티포드가 볼넷 7개로 자멸한 지난 26일 등판과 관련해 “티포드가 스트라이크존 판정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나와 흥분했다더라. 심리적으로 흔들렸는데 스스로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한국무대 데뷔전이후 꾸준히 구속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해선 “힘으로 누르기보다 타자를 요리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았다. 쉽게 땅볼 유도하려고 욕심을 내더라. 앞으로 이런 부분을 좀 바꿔야할 것 같다. 이야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선수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양 감독은 최근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찾고 있는 이동현에 대해 “지난 4일 휴식 때 강상수 투수코치와 함께 동현이가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제 손가락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동현도 지난 24일 “이제 오른손 상태는 좋다. 굳은살도 예상했던 대로 생겼다. 던지다보면 굳은살 근처에 상처가 나기도 하는데 신경 쓸 수준은 아니다”고 직접 자신의 컨디션을 밝혔다. 
지난 25일 구위가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정현욱을 향해선 “구위는 좋다. 그런데 던질수록 더 강하게 던지려다보니까 공이 높아진다. 흔히 투수는 베테랑이 없다고 하지 않나. 어제도 구위는 좋았는데 공이 높게 제구되면서 홈런을 맞았다. 현욱이는 같이 가야할 투수다. 극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신뢰감들 드러냈다.
이미 양 감독은 투수들의 보직을 확정지은 상태. 양 감독의 지도가 투수들의 기량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LG 마운드는 한 층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양 감독은 “리즈는 체크는 하고 있다. 얼마 전 재활 등판했다는 것도 안다”고 지난 시즌 1선발 에이스투수에 대한 시선을 놓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이야기했다.
 
▲4번 정성훈 or 정의윤, 조쉬 벨은 5번  
올 시즌 LG서 가장 많이 4번 타자로 나선 선수는 조쉬 벨이다. 벨은 총 18회 4번 타자로 출장했고 팀에서 가장 많은 홈런 8개를 치고 있다. 하지만 양 감독 부임 후에는 4번 타자 자리에 이진영 정성훈 정의윤 등이 자리했다. 벨은 4번 타순보다는 5번이나 보다 낮은 타순에 배치되곤 했다.
양 감독은 27일 직접 이 부분에 대해 “정의윤과 정성훈이 우리 팀 내에서는 4번을 맡아야 가장 낫지 않나 싶다. 정성훈이 체력이 좀 떨어졌지만, 컨디션 좋을 땐 4번을 맡겨도 된다”며 “조쉬벨은 4번보단 5번이 맞는 선수”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현재 기록만 봐도 홈런수만 조쉬 벨이 앞설 뿐, 타율과 OPS에선 정성훈(.310·0.916)과  이진영(.370·0.887)이 조쉬 벨(.294·0.865)보다 좋은 성적을 찍고 있다. 물론 상대 선발투수에 맞춰 클린업에 변화를 주겠지만, 4번과 5번 타순은 어느 정도는 고정될 확률이 상당하다.
▲순위표는 전반기 끝나고 본다  
양 감독의 야수진 기용 전략에서 보이듯, LG는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이미 5할 승률까지 10승 이상이 모자란 상황에서 모든 경기를 잡으려 달려드는 것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양 감독은 취임식서부터 “길은 멀다. 수치상으로 쉽지 않다. 하나하나 계단 올라가는 기분으로 하겠다. 멀리 보면 너무 어렵고 힘들다. 선수단에도 하루하루 계단 하나씩 올라가자고 주문했다. 미리 높은 곳을 보지는 않겠다. 멀지만 천천히 가겠다. 나부터 급해지면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주장 이진영 역시 지난 인천 3연전 도중 “현재 순위표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3연전 위닝시리즈를 노리면서 뛴다”며 “순위표는 전반기 끝나고 올스타전 정도 되면 볼 것이다. 지금 보는 순위표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결국 LG에 가장 중요한 시기는 오는 6월 6일부터 7월 10일, 휴식기 없이 치르는 30경기가 될 것이다. 30경기를 마치면 전반기 종료까지 2경기 밖에 남지 않는다. LG의 반등 여부는 7월 10일 순위표에 따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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