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에게 방망이는 자신과 다른 선수를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다. 투수가 쓰는 공은 같지만, 타자들의 방망이는 선수마다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무게와 길이를 가진 방망이를 통해 선수들은 저마다 최적의 타격 조건을 만든다.
그렇기에 하나의 방망이로 시즌을 보낼 수 없다. 상대 투수와 상황에 맞게 적절한 무게와 길이의 방망이를 선택해야 하고, 언제든 부러질 수 있으니 비슷한 방망이를 여럿 준비해 두어야 한다. 리그 정상급 타자인 김현수(26, 두산 베어스)도 예외는 아니다.
김현수는 1군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기 때문에 200자루의 방망이를 사더라도 모두 자신이 쓰는 것은 아니다. 절반도 채 쓰지 못한다. “200개 정도를 사면 170개 정도 주고 30개밖에 못쓰는 것 같다. 퓨처스리그에서 올라온 선수들에게 하나씩 주고, 주변에 돌린다”는 것이 김현수의 설명. 주로 주는 입장이지만, 다른 선수에게 선물받기도 한다. 김현수는 가끔 최형우(삼성)의 방망이를 받아서 사용한다.

방망이 하나로 안타를 얼마나 많이 칠 수 있는지 묻자 김현수는 “부러질 때까지 치면 1년에 2개로도 될 것이다. 하지만 부러져서 바꾸는 것보다 부러지지 않아도 바꾸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수들의 타격 모습을 보면 이전 타석에서 방망이가 부러지지 않았는데도 다른 방망이를 들고 나오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새 방망이와 쓰던 방망이가 주는 다른 느낌이 그 이유다. 김현수는 “부러지지 않아도 나무기 때문에 계속 쓰다 보면 방망이가 곯는 것 같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익숙한 방망이를 버리기도 한다.
타격을 하는 것 외에도 비가 오늘 날은 비에 의해 방망이에 손상이 가기도 한다. 이를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 김현수는 사용하는 모든 방망이를 코팅한다. 방망이를 코팅하게 된 것은 옛 스승인 김광림 타격코치(현 NC)의 조언에 의한 것이다.
늘 해왔던 것이기에 일상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타격이지만, 선수들은 타석에서의 위치 1cm와 미세한 자세의 변화에도 민감하다. 타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방망이 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방망이에 대한 김현수의 생각은 타격에 대한 고민의 일부분을 보여준다. 동시에 어떻게 김현수가 리그 최고 타자의 반열에 올랐는지도 말해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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