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라인업과 완전히 뒤바뀐 SK의 왼쪽 날개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주전 선수들의 공백은 아쉽지만 대체자들이 그럭저럭 그 공백을 잘 메우며 팀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더 나은 점도 있다.
SK의 왼쪽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3루수·유격수·좌익수 라인은 시즌 전 구상과 상당 부분 바뀐 편이다. 당초 이만수 SK 감독이 구상한 이 포지션의 주전 선수들은 최정(3루수) 박진만(유격수) 박재상(좌익수)이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면면이 싹 바뀌었다. 불가피한 사정 탓이다.
박진만은 무릎 부상으로 3개월 이상 결장이 예상되고 최정은 어깨와 허리, 목 등 전체적으로 몸이 좋지 않아 현재 2군에 있다. 박재상 김상현 등 베테랑 좌익수 자원들도 타격이 부진해 현재 2군으로 내려가 감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경험이 풍부하고 호흡이 가장 좋은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것은 왼쪽 날개의 붕괴를 야기할 수도 있었다. 다만 대체자 투입 후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라고 할 만하다.

유격수 자리는 가장 먼저 김성현이 꿰찼다. 지난해 경험을 통해 급성장한 김성현은 당초 박진만의 백업 혹은 내야 전천후 백업 요원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시즌 초반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며 주전 출장 빈도를 늘려갔다. 박진만의 부상 이후에는 부동의 주전 유격수다. 3할을 웃돌던 타율은 27일 현재 2할6푼1리까지 떨어졌지만 간혹 매서운 방망이를 보여주며 하위타선의 핵심 임무를 하고 있다. 한 때 흔들렸던 수비도 최근 14경기에서 단 1실책으로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최정이라는 간판스타의 이탈로 고민이 컸던 3루에는 안정광이 입성했다. 안정광은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1군 출전이 21경기에 그쳤던 선수다. 자질은 인정받았지만 최정이라는 거대한 산이 버틴 탓에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는 제 몫을 한다는 평가다. 강한 타구나 어려운 바운드를 잘 처리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선보이며 7경기에서 무실책 행진이다. 적어도 수비에서는 최정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고 있다.
좌익수 자리는 구관보다 오히려 신관이 낫다는 평가다. 임훈이 맹활약 중이다. 임훈을 신진급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올해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비자원의 화려한 비상이라고 할 만하다. 1군 등록 후 9경기에서 타율 5할1푼7리, 1홈런, 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369의 맹활약이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좌익수 포지션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을 기세다. 경험도 비교적 풍부해 수비 또한 믿고 맡길 수 있는 자원이다.
세 선수의 활약은 올 시즌 뿐만 아니라 SK의 미래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박진만은 마흔을 바라보는 노장이다. 김성현이 빠르게 대체자로 성장해야 한다. 또한 SK는 최정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그 자리를 대체할 만한 자원이 마땅치 않다는 고민을 수년째 가지고 있었다. 군 문제가 해결된 안정광이 이번 경험을 통해 얻는 것이 많아야 할 이유다. 조동화 박재상 김상현이 올 시즌 뒤 대거 FA로 풀려 미래가 불확실한 외야 또한 임훈이 할 일이 적잖다. 이들이 현재의 성적과 미래의 희망을 모두 잡을 수 있을 수 있을지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안정광-임훈-김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