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의 7이닝 퍼펙트 피칭이 화제다. 류현진은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서 7회까지 안타는 커녕 사사구 하나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으로 대기록에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8회 첫 타자 토드 프레이지어에게 좌측 2루타를 맞고 퍼펙트가 아쉽게 깨졌다.
비록 7⅓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는데 만족했지만,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7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류현진은 2006~2012년 한화에서 7년을 활약했으나 퍼펙트 및 노히트에 근접한 적은 없었다. 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투수였던 그도 퍼펙트·노히트는 하지 못했다.
한국프로야구 노히트노런은 14년째 끊겼다. 한화 송진우가 지난 2000년 5월18일 광주 해태전에서 9이닝 3볼넷 6탈삼진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이후 14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메이저리그는 35차례, 일본프로야구는 9차례 노히트노런이 나왔다. 퍼펙트게임은 역대를 통틀어 메이저리그에서 23차례, 일본프로야구에서 15차례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33년째 없다.

우리나라에서 퍼펙트에 가장 근접한 투수가 바로 정민철 한화 투수코치다. 정민철 코치는 현역 시절 한화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지난 1997년 5월23일 대전 OB전에서 9이닝 동안 안타·사사구 없이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역대 9번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8회 1사 후 심정수를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출루시킨 게 유일했다.
정 코치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상대 투수 박명환이 먼저 8점을 준 바람에 여유있게 던졌다. 7회까지는 노히트·퍼펙트인 줄 몰랐는데 관중석에서 소리가 들리고, 동료들이 내게 다가오지 않을 때에서야 기록임을 알게 됐다"며 "기록을 의식하니 힘이 들어가더라. 기록이 깨진 낫아웃도 포수가 아닌 내 실수였다. 바깥쪽을 요구했는데 내가 몸쪽 높게 던져서 그렇게 됐다. 그날도 중견수 전상렬이 짧은 타구를 잡아줘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2000년을 끝으로 퍼펙트는 커녕 노히트노런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정 코치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가장 먼저 투수 분업화에 따른 완투형 투수의 부재, 또 다른 하나는 타자의 타격 기술 향상이었다. 1990년대 투수 분업화에 이어 2000년대 불펜야구 유행으로 강력한 선발투수들이 줄었다. 당장 올해만 봐도 전체 일정의 34.4%를 소화한 시점에서 완봉승 투수는 없다. 완투도 릭 밴덴헐크(삼성) 더스틴 니퍼트(두산) 외국인 2명이다.
이어 정 코치는 "타자들의 타격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커트 능력이 향상돼 투수들의 투구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단순히 볼넷만 준다고 해서 투구수가 증가하는 게 아니다. (이)용규처럼 파울로 커트하는 것도 투구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완투와 완봉을 하기 위해서는 투구수 관리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코치는 '과연 언제쯤 노히트·퍼펙트가 나올까?'라는 질문에 "당분간 쉽지 않을 듯하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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