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템의 젠부샤쓰] '프로게이머의 연애, 결혼할 거면 만나세요'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4.05.28 08: 10

롤챔스 스프링 2014시즌 삼성 블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삼성 블루는 철저하게 '세이브' 백영진을 견제하면서 예상 외의 낙승을 거뒀습니다. 나진 실드 역시 배어진을 선택 금지 단계부터 경기 내까지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지만 봄의 제왕은 삼성 블루가 차지했는데요.
배어진은 3세트까지 야스오 소라카를 금지 당했고, 4세트에서는 3밴을 당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는데요. 3밴을 당한 상황에서도 라이즈로 실드의 방패를 뚫었습니다. 한 술 더떠서 배어진은 결승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새롭게 연습하고 있는 주력 챔피언을 예고했고요.
온게임넷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이 그의 막힘없는 시각으로 롤챔스 결승전을 분석했습니다. 열 두 번째 클템의 젠부샤쓰를 만나보시죠. [편집자 주]

- 기대를 모았던 봄의 제왕은 삼성 블루가 우승했습니다. 삼성 블루가 너무 쉽게 이겼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1대 1 상황이 나오면서 이제까지 역대 롤챔스 결승전와 같은 양상은 아니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승부였습니다. 한 가지 여담을 묻는다면 이현우 해설의 예언이 또 맞아 떨어졌네요. 정말 고스트 클템왕 같습니다. 결승전에 대해서 전체적인 평을 하신다면.
▲ 우선 멋진 경기 보여준 두 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세계최고의 팀을 가리는 롤챔스 결승전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경기를 보는 내내 계속해서 펼쳐졌던 슈퍼플레이와 수준 높은 운영은 전 세계 팬들과 프로팀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블루나 실드 두 팀에게 진심으로 감동했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블루나 실드처럼 오랫동안 성적을 내지 못했던 팀이 이렇게 결승전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원래 성적을 잘 냈었던 다른 팀들에 비하여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잘 가지 않습니다.
차라리 신생팀 혹은 신인들이라면 모를까, 블루나 실드처럼 오래된 팀들이 계속해서 지다보면 흔히 말하는 ‘패배주의’에도 빠지기 쉬워 성적을 내는 것이 더 요원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우리나라 최고의 팀까지 올라온 두 팀이기에 우리의 힘찬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 블루의 우승을 말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배어진 같습니다. 배어진의 이번 대회 활약은 정말 대단한데요. 결승전서 인상적인 배어진의 활약을 이현우 해설이 다시 한 번 짚어주신다면요.
▲ 다데는 일단 선택과 집중을 정말 잘했다고 봅니다. LOL내에는 챔피언이 100개가 넘고 각 라인별로 사용가능한 챔피언은 적어도 10개 이상씩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솔로랭크 기준으로 보면 어떤 챔피언도 사용가능하지만 대회기준으로.) 다데는 예전부터 미드라이너임에도 불구하고 ap챔피언보다는 ad챔피언에 더 자신감을 보였었고, 특정 챔피언만 잘하는 좁은 챔피언 폭은 항상 약점으로 작용했었습니다. 그러나 다데는 이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시켜 버릴 카드는 확실하게 버리고 살릴 카드는 막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살려버렸습니다.
간단히 말해 트페의 카드중 하나의 능력치를 아예 없애버리는 대신 나머지 카드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켰다고나 할까요?
세계최고의 미드라이너로 불리어지는 페이커와 비교해볼 때 챔피언 폭 자체는 페이커가 다데보다 훨씬 더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생각해봐도 르블랑, 룰루, 신드라, 등등 셀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번 이렇게 물어볼까요? 야스오는 누가 잘할까요? 트페는? 라이즈는? 제드는? 저는 조금은 섣부른 대답일수도 있지만 다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페이커가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그 많은 챔피언들을 정말 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데는 몇몇 챔프를 ‘비정상’수준으로 잘합니다.) 물론 근래의 패치나 메타가 다데에게 유리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본인의 장단을 확실하게 진단하고 연습을 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이네요.
사실 이번 스프링 시즌 중에 다데가 보여줬던 수퍼플레이는 너무 많아 꼽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결승전 때 트페를 활용하여 순간적으로 이니시에이팅을 거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런 센스와 배짱은 연습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선수에요. 팬입니다. 다데장군님 저를 부관으로 받아주세요.
- 아 한 가지 더 '스피릿' 이다윤의 활약도 빼면 섭섭할 것 같네요. 일부에서는 원톱 정글러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정글러 출신으로 이다윤에 대한 느낌이나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결승전 시작 전 스피릿에 대한 제 생각은 와치선수의 사전인터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너무 공격적인 느낌이 강하며, 그렇기 때문에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자충수를 둘 것 같은 느낌이었죠. 하지만 너무나도 날카로운 공격성은 "공격은 최선의 방어이다."라는 말을 상기시킬 만큼 오히려 안정적이면서도 상대를 파괴하는 무서운 모습을 보여줬으며, 녹턴을 통해 천천히 챔피언을 성장시키며 때를 기다리는 침착성과 운영도 돋보였습니다. 거기다가 다데와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데가 전장을 호령하는 대장군이라면 스피릿은 전장 제일 일선에서 싸우는 선봉장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선수의 돌진이 언제 멈출지 궁금하네요.
이런 선수를 만나도 저는 아무무를... 쓸 수 없, 아니 있습니다. 그리고 First Blood!!!
아 그리고 다데와 스피릿뿐만 아니라 나머지 3명의 선수들도 당대최고의 선수들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제가 분량만 자유롭다면 전부 칭찬을 하겠지만.. 다음기회에!!
- 실드쪽으로서는 '꿍' 유병준과 '세이브' 백영진이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습니다. 실드가 준비한 배어진을 막는 전략, 어디부터 꼬인걸까요?
▲ 우선 결승전을 앞두고 마스터즈를 치러야 했던 실드는 마스터즈에서 여러 가지 챔프, 신선한 전술 등을 사용하며 어느 정도 심리전을 블루에게 걸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드로서는 롤챔스와 마스터즈 두 마리 토끼를 다잡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죠. (요즘처럼 픽밴이 중요한 시점에서 경기를 앞두고 또 다른 경기가 있다는 것은 굉장한 부담입니다.) 문제는 블루는 실드를 의식하기보다는 본인들의 컨셉을 잡는데 더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단단하게 플레이하려고 마음먹은 에이콘과 본인이 정말 정말 아주 아주 잘하는 챔피언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온 다데.
세이브의 캐리력, 공격성, 예상 불가능한 무빙은 에이콘의 단단함에 봉쇄당하였고, 안정적이면서 후반을 책임졌던 꿍창은 미쳐 꽃을 피기도 전에 다데의 카드 앞에 주저앉고 말았죠.
결과적으로 쉬바나, 르블랑 외에 색다른 무기를 준비하지 못한 점이 크다고 봅니다. 그래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들인 만큼 다음시즌에는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 개인적인 질문을 한다면 결승전에 앞서 이현우 해설의 청혼은 롤 팬들 사이에서 너무 화제가 됐는데요. 혹자들은 프로게이머들에게 연애는 선수 생명 단축의 지름길이라고 하는데요. 연애 기간 중에도 오랜 시간 정상권을 지킨 이현우 해설에게는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혹시 연애를 하는 후배 프로게이머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요
▲ 제가 이런 조언을 해줄 입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의 경험과 주위의 다른 프로게이머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1. 우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이해해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나야 합니다.(바론 잡을 때 전화 못 받아도 화 안내는 여자.)
2. 절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이상의 말은 생략합니다.
3. 우승하고 만나세요.
4. 결혼할거면 만나세요.
모두 행복한 사랑하세요.~~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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