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성장으로 본 메기 효과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4.05.28 13: 05

'메기 효과'라는 말이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위협 요인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이는 기업 경영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도 적용 가능하다.
삼성 라이온즈 포수 이지영(28)의 성장세 또한 일종의 '메기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신고선수 출신 이지영은 2012년부터 1군 무대에서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류중일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데뷔 첫 100경기 이상 소화했으나 성장세는 더뎠다.
공수 모두 함량 미달에 가까웠다. 이렇다할 경쟁없이 주전 포수 자리에 무혈입성해서 일까. 구단 안팎에서는 이지영에 대해 "절실함이 사라졌다" 또는 "몸과 마음 모두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지영은 3월 30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왼쪽 늑간근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삼성은 진갑용에 이어 이지영마저 전력에서 이탈하게 돼 안방 운용에 빨간 불이 켜졌다. 2년차 포수 이흥련이 선발 출장의 기회를 얻게 됐다. 1군 무대 경험이 전무한 이흥련의 선발 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이흥련은 공수 양면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는 이지영에게도 신선한 자극제가 아닐 수 없다.
이지영은 1군 복귀 후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다. 이번달 18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4푼8리(46타수 16안타) 1홈런 7타점 10득점 2도루를 기록 중이다.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송구 능력과 투수 리드 모두 나아졌다. 도루 저지율은 5할3푼8리에 이른다. "이지영의 눈빛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
흔히 '야구에 만약은 없다'고 말하지만 이흥련이 1군 출장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어도 이지영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이지영이 한 단계 성장한 건 분명한 사실이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냉정하게 말해 '멀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지도 모른다. 이지영이 삼성의 주축 포수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메기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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