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안지혜 "김기덕 감독, 시간 지날수록 평가받을 것"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5.28 15: 14

영화 '일대일'(김기덕 감독, 22일 개봉)에서는 묘한 느낌을 가진 새로운 마스크의 여배우를 볼 수 있다. 모델 같이 늘씬한 몸매에 날렵하고 섹시한 분위기의 얼굴, 흡사 안젤리나 졸리 같은 '여전사'를 연상시키는 그는 누구일까.
여고생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후 벌어지는 살인 용의자 7인과 테러 단체 '그림자' 7인의 대결을 그린 '일대일'에서 홍일점인 그림자4로 분해 첫 등장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그는 배우 안지혜다. 
대중에게 낯설 수도 있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은 꽤 안다. 2005년 '온실'로 데뷔한 이후 영화 '라라 선샤인', '내가 고백을 하면'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가장 크게 얼굴을 알린 것은 Mnet '오프더레코드, 효리'를 통해서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효리의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 동기인 절친으로 등장, 호기심을 자아낸 바 있다.

 
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그의 모습은 서서히 잊혀질 것 같다. '일대일'을 기점으로 충무로에서 활약하는 새로운 느낌의 여배우를 기대해 봄 직 하다. 물론 '일대일'에 참여하기까지, 배우로서 살아 온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배우를 하며 행복한 순간,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누군가의 삶을 살 수 있다는 배우로서의 매력으로 인해 10년 동안 버틸 수 있어요. 예전에는 열정만 있던 순간이 있었고, 어느 날은 까이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장미빛이라 믿었었죠. 아주 친한 친구한테도 '너 이렇게까지 하는데, 그럼 (배우)안 되는 거 아니야?' 이런 말까지도 들었죠. 그런데 그 말을 들었을 때 반박하고 싸우지 않았어요. 그러면 진짜 내가 그런 애가 되는 것 같았거든요. 내 자신을 믿었죠. 보여줄 수 있는 때가 오고, 그러면 나의 영역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내 자신을 지키려고 자존감으로 버텼어요."
인고의 시간을 거쳐 김기덕 감독의 뮤즈가 된 안지혜. 그 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사실 김기덕 감독의 러브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고.
"이전에 몇 번 감사하게도 제의를 해 주셨는데, 작품이나 캐릭터 그리고 시기가 전부 맞아야 하잖아요. 이번에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배우도 작품이 꽂혀야 하는데,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이 캐릭터를 통해 잘 보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시나리오 역시 너무 어려운데 서정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고요. 뭉클한 게 있더라고요."
'일대일'에 대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어떻게 보셨냐"고 기자에게 묻는 그다. 그 만큼 영화에 대해 수없이 곱씹고 생각한 느낌이 가득했다. 
"'일대일'은 큐브처럼 이렇게도 맞춰지고 저렇게 맞춰지고, 저 컬러가 됐다가 다시 다른 컬러가 될 수도 있는, 돌리는 맛이 있듯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영화예요. 감독님이 이야기를 겹겹히 잘 쌓으신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에 따라 영화를 통해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악인이 있고 폭력이 되풀이 되고 변하지 않는 사회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지만 가장 큰 근원의 문제는 '내 자신'이 아닌가 생각해요. 나는 어느 곳에서는 가해자, 반대로 다른 어느 곳에서는 피해자가 될 수 있죠. 그래도 그 안에서 희망을 봐요. 변하지 않은 이 구조 속에서 행복해 지고 싶고 깨어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혁명가처럼은 못하지만 현실에 순응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걸 하고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기덕 감독님의 2014년 이 영화가 좋은 것은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것 보다 더 나아가서 이처럼 여러 시각의 이야기를 하시기 때문이죠. 정말 거장이고, 희한한 사람이고, 그리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가 분한 그림자4는 가장 먼저 그림자 무리에서 흔들리는 인물이다. 극도의 폭력에 주저하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림자가 아닌 실생활에서는 끔찍한 데이트 폭력을 당한다. '인간은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를 온 몸으로 얘기하는 듯 하다. 관객이라면, 특히 여자 관객이라면 그가 연기하는 그림자4가 더욱 마음 깊숙히 다가올 만 하다.
연기하기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고, 특히 상대배우 김영민에게 구타를 당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타격인 것 같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말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데 체질인가봐요. 실제로 그렇게 맞았는데 심지어 붓지도 않더라고요. 하나 아프지도 않았어요. 하하."
출연 배우로서 함께 작업한 김기덕 감독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순수하고 귀엽고 맑으신데,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조명받으실 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재미있는 사람, 순수한 예술가이자 철학자. 한 측면만 갖고 말할 수 없는 분이예요. 사람을 사랑하시고 인간에 대한 고민이 있으시죠."
본인에게'일대일'이 가지는 의미도 남다를 법 했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변할 수도 있을 거 같다"라고 말하는 그는 "2014년 지금 내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공백기를 깨고 나온 작품인 것도 있고, 새로운 회사를 만나면서 하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많은,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스스로 "이렇게 오래걸릴 줄은 몰랐다"라며 웃어보이는 그다. "배우든 뭐든 사람은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운도 필요한 것 같고요. 제가 생각보다 독해요."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가 1기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도 전했다.
"엄청 흔들려봤으니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요? 전혀요.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배우'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고요."
부러운 배우로는 배두나를 꼽았다. "그녀의 선택은 다 믿어요."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배우가 좋고, 그렇게 되고 싶다는 안지혜다.
nyc@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