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권두조 체제, 7개월 만에 깨진 이유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5.29 06: 12

프로야구 감독이 한 팀의 사령탑을 부임할 때 구단에 인사권 일부를 요구하게 된다. 그 핵심 인물들이 바로 수석코치, 그리고 투수코치다. 만약 힘이 있는 감독이라면 타격코치까지 함께 움직이게 되는데 이른바 '사단'이다.
수석코치는 감독과 선수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한다. 감독을 도와 라인업을 짜거나 작전을 내리는 데 조언을 줄 수 있고, 잘못된 방향으로 팀이 간다면 때로는 직언을 할 수도 있다. 또한 투수코치는 감독이 마운드 권력을 잡기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다. 수석코치, 그리고 투수코치와 감독이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팀은 동력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기 힘들다.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도 2012년 부임 당시 '사단'을 데리고 이동했다. 삼성시절 팀 선배였던 권영호를 수석코치로, 넥센 강타선을 구축한 박흥식을 타격코치로 임명하고 롯데에 들어왔다. 정민태 투수코치는 김 감독에 앞서 롯데와 이야기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따로 부를 필요가 없었다.

김 감독 부임 첫 해 롯데는 5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이 끊긴다. 성적부진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고, 구단은 권영호 수석코치를 2군 감독으로 내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리고 1주일 뒤 권영호 2군 감독은 구단을 떠난다. 그 빈자리를 채운 인물이 바로 권두조 수석코치다.
권두조 수석코치는 2012년에 이어 2년 만에 1군 수석코치 자리에 복귀했다. 2013년에는 2군 감독을 맡으면서 퓨처스리그 선수들을 지도했다. 김시진 감독으로서는 권두조 코치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둘의 나이 차는 6살, 김시진 감독이 1958년 생이고 권두조 코치는 1952년 생이다. 물론 전임이었던 권영호 수석코치도 김시진 감독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마음이 통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또한 권두조 코치는 굳이 따지자면 롯데 구단 쪽 사람이다. 물론 롯데 선수와 코칭스태프, 구단 임직원 모두 승리라는 공통의 목적이 있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다를 수 있다. 김시진 감독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추구하는데 반해 권두조 코치는 선수들을 강훈련으로 독려하는 스타일이다. 과거 권두조 코치는 "누구도 악역을 맡지 않으려 하면 나라도 내가 맡은 일을 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권두조 코치는 당근 대신 채찍을 자주 들었다.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작년 2군 감독시절과 마찬가지로 올해 1군에 올라와서도 선수들을 강하게 훈련시켰다. 선수들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사가 몇 번 있었고, 때문에 불만을 가지게 된 선수도 있었다.
28일 권두조 코치가 수석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 구단은 "단장·감독이 함께 권두조 수석코치를 말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구단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단에서 구단 최고위 관계자에게 '권두조 코치와 함께하기 힘들다'는 뜻을 전했고 최고위층에서 이를 받아들여 이번 인사조치가 단행되었다고 한다. 권두조 코치뿐만 아니라 롯데 구단 고위 책임자도 이번에 함께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작년 10월부터 이어진 김시진-권두조 체제는 7개월 만에 깨졌다. 김시진 감독은 대하기가 쉽지 않았던 수석코치가 바뀌게 되었지만 결코 편한 마음은 아닐 것이다. 수석코치 교체는 성적에 대한 구단의 경고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29일까지 휴식일을 갖는 롯데지만 마음만큼은 결코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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