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수난시대, SUN "선발 5이닝=마무리 1이닝"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5.29 06: 17

마무리투수 수난시대다. 올 시즌은 작년보다 블론세이브가 더욱 늘어났다. 지난해 프로야구 전체 세이브 숫자는 302개, 그리고 블론세이브는 102개였다. 세이브 2.4번에 블론세이브가 1번꼴로 나왔었다.
올해는 28일 현재 리그 전체 세이브 92개, 블론세이브 50개를 기록하고 있다. 세이브 1.84개가 나올 때 블론세이브가 1개 나오고 있다. 세이브:블론세이브 비율로 따져본다면 작년보다 무려 20%나 증가했다. 이번 주중2연전에도 블론세이브가 난무하고 있는데, 27일에는 삼성 임창용이 한국무대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저질렀고 28일에는 KIA 김태영, SK 박정배, LG 봉중근이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뒷문 수문장이 바뀐 구단이 3군데나 된다. 삼성은 안지만이 자연스럽게 임창용에게 바통을 넘겼지만, 롯데와 한화는 숱한 블론세이브를 겪은 뒤 마무리투수를 교체했다. 롯데는 김성배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김승회로 주인공이 바뀌었고, 한화는 송창식이 시즌 초 잇따라 부진을 겪은 뒤 아직도 적임자를 물색 중이다.

마무리투수들에게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일까. 현역시절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군림했던 선동렬 KIA 타이거즈 감독은 "심적 부담감이 엄청나다"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한국에서 132세이브, 일본에서 98세이브를 올렸다. 통산 230세이브를 기록하고 현역에서 은퇴한 선 감독은 숱한 일화도 남겼다. 해태에서 뛸 당시 김응룡 감독은 마무리투수 선 감독을 전략적으로 이용했는데, 경기 등판이 힘든 상황에서도 경기 후반이면 몸을 풀도록 지시했다. 상대 팀에서는 선 감독이 몸을 푸는 것만 보더라도 전의가 꺾였다.
선 감독은 "마무리투수가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선발투수는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마무리투수는 그렇지 않다. 실수 하나면 경기가 그대로 뒤집히고 무너진다. 그렇기 때문에 공 하나하나에 받는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각 팀 마무리투수들의 말을 들어보면 모두 공통적으로 고독감, 그리고 부담감을 호소한다. 몇몇 선수는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라며 오히려 마무리투수 자리를 즐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매일 마다 9회를 기다리며 불펜에서 마음을 졸인다.
정신력 소모에서 비롯되는 체력소모도 상당하다. 선 감독은 "선발투수는 하루 던지면 4일은 쉴 수 있다. 그렇지만 마무리투수는 매일 불펜에서 대기해야 한다. 그것도 힘든데 마운드에서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건 더 대단하다. 선발투수가 5이닝 던지는 것과 마무리투수가 1이닝 던지는 게 체력소모가 비슷할 정도"라고 말한다. 선발과 불펜 모두 경험해 본 선 감독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결국 선수가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 어떤 마무리투수도 100% 성공할 수는 없다. 올해 14세이브로 이 부문 1위인 넥센 손승락의 블론세이브는 3번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2위 삼성 임창용도 11번 세이브에 성공했고 2번 블론세이브를 했다. 마무리투수에게 블론세이브는 불가분의 관계다. 블론세이브가 나오는 게 필연이라면, 어떻게 충격을 최소화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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