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가 있는 좌타자에게 좌완 투수는 큰 두려움이 아닐지도 모른다.
LG 마무리 봉중근(34)이 무너졌다. 좌완 특급 소방수인 봉중근은 28일 잠실 삼성전에서 ⅓이닝 2피안타(1홈런) 3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삼성 좌타 거포 최형우(31)와 이승엽을(38) 견디지 못한 것. 왼손 클래스를 갖춘 최형우와 이승엽은 특급 좌투수 봉중근을 눌렀다. LG는 4-7로 역전패했다.
7회까지 4-2로 앞선 LG는 2연승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8회 마운드에 올라온 우완 이동현은 박한이와 채태인을 공 4개로 잡았다. 양상문 LG 감독은 8회 2사후 최형우 타석 때 승리를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봉중근이었다. 봉중근은 이날 경기 전까지 블론 세이브가 단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감을 뽐냈다. 양 감독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봉중근은 최형우에게 2루타를 맞고 박석민을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이승엽에게 7구째 147km 낮은 패스트볼을 통타당해 역전 3점포를 허용했다. 양 감독은 이날 경기 직후 “꼭 승리하기 위해 봉중근을 빨리 투입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LG로서는 좌타자 최형우 앞에 좌완 소방수 봉중근이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았다.
기록은 클래스를 갖춘 좌타자들은 좌투수에게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좌타자는 좌투수에게 약하다’는 통념이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김경문 NC 감독은 이에 대해 “각 팀마다 좌투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이 클래스 있는 좌타자를 이기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리그 대표 거포 가운데 한 명인 삼성 좌타 최형우는 올 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377)이 우투수(.306)보다 높다. 이승엽 역시 좌투수 상대 타율(.379)이 우투수 상대 타율(.242)보다 좋다. 리그 타율 2위인 좌타 오재원도 좌투수 상대 타율은 4할5푼에 이른다. 반면 우투수 상대 타율은 3할3푼7리. 두산 좌타 김현수도 좌투수 상대 타율(.400)이 우투수(.270) 상대보다 좋다. 클래스를 갖춘 좌타자에게는 좌투수가 결코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28일 현재 타율 10위 안에 좌타자는 6명이다. 이 가운데 롯데 히메네스와 손아섭만이 좌투수 상대 타율보다 우투수 상대 타율이 좋다. 손아섭은 좌투 상대 타율(.323)과 우투 상대 타율(.351)이 고르다. 지난 시즌에는 각각 3할6푼, 3할5푼3리로 좌투 상대 타율이 조금 높았다. 타율 10위 안에 드는 좌타자 가운데 히메네스만이 좌투수 상대 타율이 3할에 미치지 못하는 2할8푼9리다.
리그 전체적으로 봐도 클래스가 있는 좌타자들은 좌투수에게 결코 약하지 않다.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삼성이 좌완 특급 소방수 봉중근을 상대로 역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형우와 이승엽의 좌타 클래스가 있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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