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서동욱(30)은 포지션을 규정하기가 가장 힘든 선수 중 한 명이다.
보통 멀티 플레이어들은 내야나 외야 등 같은 포지션 안에서 두루 수비할 줄 아는 선수들이 많아 포지션을 붙이기가 쉽지만 서동욱은 외야와 내야를 수시로 오가는 만능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그것도 다른 선수들처럼 외야와 1루를 볼 줄 아는 것이 아니라 내야도 2루수, 유격수, 3루수를 다 본다.
게다가 서동욱은 최근 들어 넥센에서 자주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발단은 지난 9일 목동 LG전. 이날 대타 카드를 많이 쓴 넥센은 서동욱에게 9회 포수 자리를 맡겼고 서동욱은 1이닝을 포수로 뛰면서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투수 제외 전 포지션을 기록했다.

상무 시절 몇 경기에서 투수 공을 받았을 뿐 학생 때도 포수로 뛰어본 적 없다던 그가 포수로 데뷔하게 된 것은 그의 타고난 '미트질'과 그의 절박함 덕분. 염경엽 넥센 감독은 어떻게 해서든 서동욱을 활용하고 싶어 했고 그의 핸들링 능력을 눈여겨본 끝에 그에게 간간이 투수들의 공을 받게 하기 시작했다.
서동욱은 28일 목동 SK전에서도 팀이 7-5 역전에 성공한 9회초 손승락과 배터리를 맞춰 홈플레이트에 앉았다. 손승락은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킨 뒤 서동욱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그의 두 번째 포수 경험은 조금 불안했지만 성공적으로 끝났다.
경기 후 서동욱은 "포수가 두 번째라 그런지 첫 번째 때보다는 덜 떨렸던 것 같다. 그래도 (손)승락이 형의 공이 나쁘지 않았는데 내가 아직 미숙해서 투구수를 늘린 것 같아서 그게 좀 미안하다. 팀이 이겨서 다행"이라고 포수 출장 소감을 밝혔다.
서동욱은 최근 대수비로 많이 나서면서 타석 기회는 많이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팀이 조금 안좋은 상황인데 내가 나서서 튀고 싶지 않다. 지금 나에게 주어지는 역할이라도 잘 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팀이 연패 후 연승을 달렸는데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넥센은 서동욱이라는 최고의 보험이 있어 대타와 대주자 활용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그의 노력은 숫자로 매겨지는 기록으로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어느 포지션이든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서동욱이야말로 넥센의 빛과 소금 같은 알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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