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권 1할'에도 고의사구, 박병호의 무게감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05.29 06: 14

아무리 부진해도 결정적인 한 방을 무시할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28)가 바로 그런 존재다.
박병호는 지난 28일 기준 타율 3할2리로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45경기에서 홈런도 2위 나성범(13개)에 6개나 앞선 19개를 때렸다. 그런 그에게 단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1할8푼2리에 불과한 득점권 타율. 그 역시도 득점권에서의 부진에 대해 고민이 많다.
그러나 상대 벤치가 데이터도 무시하게끔 하는 것이 그의 존재감이다. 박병호는 28일 목동 SK전에서 팀이 3-5로 뒤진 8회 2사 2,3루에 타석에 들어섰다. SK 포수 이재원은 3B에서 아예 일어나 공을 받으며 박병호를 고의사구로 걸어나가게 했다. 여기서 한 방이면 역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

박병호는 전날에만 홈런 2개를 몰아치며 홈런 페이스를 올려가고 있었다. 득점권 타율과는 상관 없는 7할1푼1리의 장타율이 SK 벤치를 위협했다. SK는 결국 박병호와의 대결을 피하고 강정호를 택했으나 강정호가 박정배의 초구를 걷어올려 만루 홈런을 때려내는 바람에 '최악수'가 되고 말았다.
강정호는 28일까지 45개의 안타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중 장타가 23개나 된다. 맞으면 둘에 하나는 장타인 셈. 상대의 데이터 야구를 거스르는 박병호라는 무게가 경기의 추를 넥센으로 돌려놨다. 그가 기회를 이어가면서 이전 타석까지 시즌 만루 타율 7할5푼(4타수 3안타 1홈런)이던 강정호는 자신있게 배트를 돌렸다.
박병호는 이날 무안타에 그쳤으나 9회 1사 1,2루에서 결정적인 병살 수비로 팀의 승리를 견인하기도 했다. SK가 만약 8회 그와 정면 승부를 펼쳤다면 물론 안타를 쳤을 확률도 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그의 이름값만으로 고의 사구를 얻어냈다는 것 자체에서 큰 역할을 한 박병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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