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로 힘차게 출발해야 할 홍명보호가 출정식을 하기도 전에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 튀니지와 홈경기서 0-1로 패배했다. 브라질로 떠나기 전 국내서 갖는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박주영(29, 아스날), 손흥민(22, 레버쿠젠) 등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이 총출동했지만, 튀니지의 골문을 아무도 열지 못했다.

공격보다 심각한 것은 수비였다. 특히 전반 44분 주하이에르 다우아디(26)에게 허용한 선제골에서 수비조직력이 와르르 무너졌다. 공을 가로챈 튀니지는 하프라인의 다우아디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다우아디는 무려 50m를 드리블해서 골키퍼 정성룡까지 따돌리고 선제골을 터트렸다. 4명의 수비수가 달려들었지만,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커버플레이를 나오지 않은 정성룡의 판단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날 한국은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하는 과정이 매우 느렸다. 그 사이에 선수를 놓쳐 역습을 허용하고 말았다. 수비수들 간에 유기적인 커버플레이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 상대 공격수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공간을 내줘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경기 후 튀니지의 주전 수비수 비렐 모흐스니는 “한국이 너무 압박을 많이 올라가느라 아무래도 속공에 대한 대처가 늦는 것 같다. 선수를 자주 놓치는 경향이 있었다. 수비는 약했다”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홍명보 감독은 허술했던 수비조직력에 대해 “실점 장면은 썩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우리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에서 공간을 많이 내줘서 상대 공격수들이 원활하게 플레이했다. 그런 플레이가 또 나오면 우리는 어려운 경기를 계속할 것이다. 수비 조직력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패인을 인정했다.
이제 러시아와의 첫 경기까지는 20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대표팀은 오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해 전지훈련을 소화한 뒤 6월 9일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을 갖는다. 브라질에 입성하는 일정까지 고려하면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많지 않다.

든든한 수비 없이는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절대로 기대할 수 없다. 홍명보호는 남은 시간 수비조직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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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